동서발전, 80억 적자에서 1415억 흑자로…해외사업 덕에 '환골탈태'
울산에 본사를 둔 한국동서발전(사장 박일준·사진)은 이달 초 공공기관으로는 역대 최저 금리로 글로벌 채권을 발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기침체 불안이 커지는 와중에도 해외 투자설명회에는 모집액의 8배가 넘는 투자 수요가 몰렸다. 이 덕분에 최초 제시 금리보다 0.4%포인트 낮은 연 1.75%의 쿠폰 금리(만기까지 약정된 확정 금리)로 5년 만기 5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해외 투자자의 이 같은 신뢰는 동서발전이 일찌감치 세계 각국으로 진출해 인지도를 높인 덕분에 가능했다. 동서발전이 인도네시아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건설 및 운영 중인 발전 용량을 합하면 총 1142㎿에 이른다. 발전소 운영 노하우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정평이 나 있다.

동서발전, 80억 적자에서 1415억 흑자로…해외사업 덕에 '환골탈태'
인도네시아 칼셀-1 순환유동층발전소(200㎿)는 단순히 석탄을 태우는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와 달리 지속적으로 열을 순환시켜 석탄을 완전 연소시키는 친환경 발전소다. 회사는 25년간 인도네시아전력공사와 안정적 전력판매 계약을 맺어 총 27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메이카 가스복합발전소(190㎿)는 발전 운영과 송·배전 등 전 분야에 걸쳐 기술지원 협약을 맺어 5년간 1250만달러의 수익을 보장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전력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괌 전력청과 198㎿ 복합화력발전 사업의 전력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괌 전력청이 연료를 무상으로 제공해 연료비 변동 위험이 작고 괌 전력계통의 약 40%를 점유해 향후 25년간 1조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조정실장 출신인 박일준 사장은 2018년 2월 사장에 취임한 뒤 동종 에너지 공기업들이 투자 리스크를 우려해 진출을 기피하던 해외 에너지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박 사장은 해외는 국내와 달리 발전 및 전기 판매를 동시에 할 수 있어 사업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의 정확한 판단력은 지난해 영업 실적 개선으로 빛을 발했다. 영업이익은 1229억원으로 전년(586억원)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당기순이익은 2018년 80억원 적자에서 141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그는 해외 사업에서도 기후변화 대응과 일자리 창출 등 정부 정책 방향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박 사장은 “칠레 태양광 발전과 괌 가스복합 사업 등으로 160만t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정부 ‘신남방정책’ 거점인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가스복합 및 신재생 사업영역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동서발전은 미래 10년의 새로운 변화를 디지털 혁신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서 찾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연계해 발전설비 기자재 국산화율을 2024년까지 9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박 사장은 “2022년까지 발전 분야 고도화와 신재생에너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2조5000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