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프리미엄 시대, 대한민국 다시 뛰자
(10) 대학교육 혁신, 지금이 적기다
MIT 1.2조 vs 서울대 240억…'미래 투자'가 글로벌 클래스 가른다

‘10억달러(약 1조2200억원) vs 240억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서울대의 인공지능(AI) 투자규모다. MIT는 지난해 10억달러를 투입해 AI대학을 설립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흐름에 맞춰 AI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취지다. 서울대도 지난달 10개 학문 분야의 세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15개 학문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SNU 10-10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앞으로 6년간 240억원을 이들 학과에 투입해 글로벌 톱10에 드는 10개 학문분야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AI 투자 규모는 서울대가 국내 1위 대학이지만 세계 유수의 대학 사이에선 3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대학들의 경쟁력은 과거보다 오히려 뒤처지고 있다.

싱가포르, 中에도 밀리는 대학 경쟁력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인 QS가 발표하는 대학 순위를 살펴보면 올해 서울대의 순위는 37위에 머물렀다. 2017년 35위에서 3년 새 두 계단 하락했다. 다른 대학들의 평가순위는 더욱 낮다. 100위권에 진입해 있는 대학은 KAIST(41위), 고려대(83위), 포스텍(87위), 성균관대(95위) 등 4개뿐이다.

다른 아시아지역 대학의 경우 싱가포르의 NTU(11위), NUS(11위), 중국의 칭화대(16위), 베이징대(22위) 홍콩대(25위), 일본의 도쿄대(22위) 등이 30위권 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지난 3년간 순위가 올라갔다. 한국 대학들이 순위경쟁에서 밀리는 이유는 대부분 교수논문 인용, 외국인 교수 수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 탓이 크다. 연구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대학들은 11년째 지속된 등록금 동결로 대부분 재정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사립대학들이 투입하는 연구비는 매년 쪼그라들고 있다. 2017년 4669억원에서 2019년 4276억원으로 8.4%가량 감소했다. 미래를 위한 연구 및 투자, 혁신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적자에 허덕이는 사립대

국내 대학을 재정위기로 내몰아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추락시킨 배후는 ‘반값 등록금’ 규제라는 게 사립대 총장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내놓은 ‘고등교육 정부 재정 확보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사립대의 운영수지는 2009년 4조8001억원의 흑자를 보였지만 ‘반값 등록금’ 정책 시행 1년 만인 2010년 2조1985억원으로 급감했다. 이후 2015년 적자로 돌아선 뒤 2018년 기준으로 적자규모는 3808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대학 재정은 주로 등록금으로 채워진다. 현재 등록금의 인상 법정 한도는 2.25%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올리기 힘들다.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 등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이 있다 보니 대학은 등록금을 동결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대학들은 원격수업, 외국인 유학생 급감 등으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학생들은 온라인 개강 이후 등록금 일부 환불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12명의 전현직 대학총장은 총장의 고뇌란 서적을 발간했다. 이들은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등의 문제로 사립대학들이 재정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며 “재정확충만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등록금 동결이 강좌 대형화, 연구비 감소, 교육인프라 투자 기피 등을 초래하며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총장들 “운영 자율권 ‘절실’”

대학들은 학사운영의 자율권과 파격적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 사립대학 총장은 “많은 대학이 재정압박에 시달리게 되면서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 매달리고 있다”며 “대학 스스로가 고유의 특성을 살린 발전방향과 혁신방안을 찾도록 유도하기보다는 교육부 입맛에 맞춘 획일적인 평가지표에 따라 움직이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OECD교육지표 2019’에 따르면 한국의 고등교육 투자액(대학생 1인당 투자액 기준, 2016년 기준)은 1만486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1만5556달러)의 67.4%에 그친다. 또한 고등교육 투자액 가운데 정부재원 비중은 37.6%로 OECD 평균(66.1%)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한 사립대학 총장은 “주요 선진국 대학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미래교육에 선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적어도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OECD 평균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