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센터마다 대기줄 >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이 18일 주민센터와 은행 창구 등을 통해 현장 지급됐다. 서울 관악구 인헌동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신청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서울시는 종이형 지역사랑상품권이 없어 선불카드로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 센터 곳곳에선 혼란이 빚어졌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 주민센터마다 대기줄 >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이 18일 주민센터와 은행 창구 등을 통해 현장 지급됐다. 서울 관악구 인헌동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신청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서울시는 종이형 지역사랑상품권이 없어 선불카드로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 센터 곳곳에선 혼란이 빚어졌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왜 종이상품권으로 안 주죠? 식구 네 명이 나눠 가져야 하는데.”

18일 오전 10시께 서울 구로5동주민센터에서는 한 60대 민원인과 공무원이 10여 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을 받으러 온 A씨가 “종이상품권(지류형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달라”고 하자 담당 공무원이 “선불카드로만 수령할 수 있다”고 답해 벌어진 상황이었다. A씨는 “선불카드는 한 사람밖에 못 가지고 다니는 것 아니냐”며 “여러 식구가 나눠 갖기 위해 일부러 주민센터까지 방문해 1시간 반을 기다렸는데 일을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전 국민에게 주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이날부터 주민센터와 은행 창구를 통해 현장 지급됐다. 온라인 지급은 지난 11일 시작했기 때문에 현장 지급이 이뤄지는 주민센터에는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주로 방문했다.

정부는 그동안 주민센터에서 종이상품권과 선불카드 중 하나로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서울은 지류형 지역사랑상품권이 없어 선불카드로만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아 이날 서울 주민센터 곳곳에서는 고성이 이어졌다.

관악구 인헌동주민센터에서 만난 오모씨(79)는 “뉴스를 보니 주민센터에서는 종이상품권을 준다고 해서 왔다”며 “막상 카드로 받으니 식구들과 나눠 갖기도 힘들고 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인헌동주민센터에는 오전 9시부터 1시간 동안 100명 넘는 사람이 재난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종이상품권으로 수령하길 원했다.

일부 주민센터에서는 사람들이 몰리자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재난지원금을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을 수 있다”고 알렸다가 되레 방문자들의 항의를 받는 일도 있었다. 한 민원인은 “노인네들이 그런 걸 할 수 있었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다”고 고성을 질렀다.

재난지원금 지급은 출생연도에 따라 ‘5부제’가 적용되지만 이를 모르고 주민센터를 찾았다가 헛걸음을 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날은 세대주 출생연도 끝자리가 1·6인 사람이 대상이고, 2·7은 19일, 3·8은 20일, 4·9는 21일, 5·0은 22일에 신청할 수 있다. 구로5동주민센터에서 만난 B씨(74)는 “내 출생연도 기준이 아니라 세대주인 남편 출생연도 기준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고 했다.

세대주가 외국인이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지 문의하는 여성도 있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한국인 세대주와 결혼한 외국인과 영주권자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지만 세대주가 외국인인 경우 명확한 지침이 없다”며 “지원금을 받으려면 이의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라”고 안내했다.

은행 창구에서도 이날부터 재난지원금 현장 지급이 시작됐지만 주민센터에 비해서는 한가한 모습이었다. 국민은행 낙성대역지점에는 오전 10시께 재난지원금 신청을 위해 방문한 사람이 5명에 불과했다. 은행에서는 주민센터와 달리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에 포인트 형식으로 재난지원금을 넣어준다.

행정안전부는 재난지원금 온라인 지급이 이뤄진 11일부터 17일까지 전체 지급 대상 가구 중 65.7%인 1426만 가구가 돈을 받아갔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을 위해 준비한 총예산 14조2448억원의 62.6%인 8조9122억원이 지급 완료됐다.

김남영/최다은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