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가 지정기부금을 받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로 운영하다 지난달 23일 건물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반납 절차가 진행 중인 경기도 안성시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문이 17일 굳게 닫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가 지정기부금을 받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로 운영하다 지난달 23일 건물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반납 절차가 진행 중인 경기도 안성시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문이 17일 굳게 닫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정의기억연대(옛 정대협⋅정의연) 대표 시절 매입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힐링센터)'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규민(경기 안성) 당선자가 중개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이 같은 정황은 윤 당선자의 남편인 김삼석 씨가 대표인 수원시민신문 기사에 상세하게 소개됐다.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11월 27일 힐링센터 개소식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안성신문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김모 대표가 운영하는 금호스텔하우스에서 지었다"며 "주인을 기다리는 집과 쉼터를 찾던 정대협을 연결해준 것은 안성신문 이규민 대표"라고 했다. 이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 당선자는 이번 총선에서 현역인 통합당 김학용 의원을 꺾고 당선된 인물로 지난 2017년 '안성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상임대표를 맡아 안성에 소녀상을 세우기도 했다. 수원시민신문에는 이 당선자가 지난 2018년 안성시장에 출마했을 때도 두 차례에 걸쳐 소개 기사를 실었다.

정의연은 지난 2012년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 기부한 10억원 중 7억5000만원으로 2013년 10월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상중리의 토지 242평(800㎡)과 건물을 쉼터로 매입했다. 매입 이후 인테리어 비용으로 1억원을 더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의연은 지난달 23일 쉼터를 반값도 안되는 4억 2000만원에 매각하기로 계약했다.

특히 정의연 측은 당초 서울 마포구 성미산에 위안부 쉼터를 짓기로 하고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지정 기부를 받았으나 이후 장소를 변경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사업 계획상 장소가 변경됐는데도 기부를 철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업의 기본 취지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를 짓는 것이었고 회사는 장소가 바뀌어도 취지는 살아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이용하기 쉬운 서울을 놔두고 굳이 안성에 시세보다 비싼 값을 주고 쉼터를 조성한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실제로 이 쉼터엔 위안부 피해자들이 거주한 적이 없고, 윤 전 대표의 부친이 혼자 거주하며 관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윤미향 후보를 비롯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4월 7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찬을 갖기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윤미향 후보를 비롯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4월 7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찬을 갖기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정의연에 따르면 윤 전 대표의 부친에게 쉼터 관리비와 인건비 명목으로 지금까지 총 7580만원이 지급됐다. 윤 전 대표의 부친은 2014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관리비와 인건비 명목으로 월 120만원을, 2018년 7월부터 2020년 4월까지 관리비 명목으로 월 50만원을 받았다.

참여연대에서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낸 김경율 회계사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할머니들이 쉴 곳을 성미산 일대에서 구했으면 저 가격에 적당한 곳을 구했을 것"이라며 "아마 지금쯤 (건물 시세가)최소 2배는 뛰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계사는 또 "집 짓는데 평당 4백만원은 거의 이 바닥에서 정해진 수치"라며 "건평 60평. 여기에 평당 400만원 곱해봐야 2.4억. 기분 좋아서 평당 500만원을 해도 3억"이라며 쉼터 매입비 7억5000만원은 너무 과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건물 매입은 당시 형성된 시세대로 구입했다"며 "오랫동안 주변 부동산업소 등에 건물을 내놓았으나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 가치의 하락과 주변 부동산 가격의 변화로 현재의 시세로 결정됐다"고 해명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