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물사이트 운영한 아들 고소한 배경에 '국내서 처벌 희망' 분석
국내재판 시작되면 인도 불가…19일 법원심사 전에 기소될지가 관건
아버지 고소가 아들에 불리할수도…유죄증거 미국 수사당국에 양도 가능
[팩트체크] 아버지의 '희한한' 아들 고소…손정우 미국 인도 저지?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의 부친이 아들을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는 뉴스가 관심을 끌었다.

손정우의 아버지 손 모씨는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에 아들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손정우의 아버지)의 개인 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해 범죄수익금을 거래·은닉했고, 모친(손정우의 조모) 병원비를 범죄수익으로 지급해 모친 명예를 훼손했다며 자기 아들을 고소한 것이다.

형법상 친족 사이에는 범인 은닉 또는 도피 방조를 해도 처벌을 하지 않게 돼 있는 터에 아버지가 아들을 고소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특이했다.

이처럼 희한한 고소는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심사(19일)를 앞둔 아들을 한국에서 처벌받게 하려는 아버지의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의 범죄를 이중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에 기대 아들이 미국에서 처벌받지 않도록 하려는 포석이란 얘기다.

손정우의 부친이 고소장에 적시한 범죄수익금 거래·은닉 혐의는 미국 수사당국이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면서 제시한 범죄 혐의와 거의 동일한 내용이라는 점이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손정우 부친은 이달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바 있다.

같은 날 아들의 범죄인 인도심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0부에 같은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번 고소가 미국송환을 막기 위한 의도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결국 미국이 자국법으로 처벌하겠다고 나선 손정우의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한국 검찰이 먼저 수사하면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범죄인 인도를 저지할 수 있다는 게 손정우 부친의 셈법이었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도 중단될 수 있을까?
우선 엄밀히 따진다면 일사부재리 원칙은 한국 사법체계 내에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된 전망과 달리 국제형사공조 절차인 범죄인 인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 사법체계를 통해 이미 처벌된 범죄인이더라도 미국 등 다른 국가의 사법체계에서는 얼마든지 다시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한국의 '범죄인 인도법'이 일정한 상황에서는 범죄인 인도를 반드시 거절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손정우가 이 사례에 포함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범죄인 인도법 7조는 '필수적 인도 거절' 사유로 ▲ 인도범죄(인도심사 대상 범죄)에 관해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경우 ▲ 대한민국 또는 청구국의 법률에 따라 인도범죄에 관한 공소시효 또는 형의 시효가 완성된 경우 ▲ 범죄인이 인도범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 등을 규정한다.

손정우의 경우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고, 범죄 혐의도 상당 부분 확인됐다는 점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유에 해당할 여지는 없다.

오직 검찰이 손정우를 19일 이전에 전격 기소해 재판이 시작되는 상황에서만 첫 번째 사유가 적용돼 범죄인 인도가 불가능하게 된다.

즉, 검찰이 손정우 수사를 서둘러서 법원의 범죄인인도 심사 전에 기소까지 한다면 법원은 범죄인 인도법 15조에 따라 '인도 거절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경우 손정우가 자발적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자수하지 않는 한 미국 사법당국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없어진다.

[팩트체크] 아버지의 '희한한' 아들 고소…손정우 미국 인도 저지?
결국 이달 19일로 예정된 법원의 범죄인인도 심사 전에 검찰이 수사와 기소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서두르면 범죄인 인도가 무산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범죄증거 수집을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고소인·참고인 등을 불러 진술을 확보하는 데에만 최소 1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이 통상적인 절차대로 사건을 처리할 경우 사나흘만에 기소까지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아버지의 고소가 손정우에게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원은 범죄인 인도 심사에서 범죄인과 검찰 측 진술을 듣고 인도를 허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친족에 의한 이번 고소가 사실상 '혐의 자백'으로 여겨져 허가 결정의 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범죄인 인도가 결정되면 향후 미국 법원에서 진행될 손정우 재판에도 아버지의 고소 사실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아버지가 작성한 고소장 내용이 재판에서 유죄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소장에 기재된 가상화폐 계좌 등 증거들을 미국 수사당국이 건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인 인도법 17조는 인도범죄에 관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물건 중 대한민국 영역에서 발견된 것은 청구국에 양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법무부 국제형사과 관계자는 1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실무적으로는 범죄인 인도가 요청된 혐의와 관련해 우리 수사당국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이 있으면 인도를 요청한 당사국에 양도하고 있다"면서 "고소인의 진술이나 가상화폐 계좌 등도 범죄인 인도법에 따라 당사국에 건넬 수 있는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던 손정우는 당초 지난달 27일 만기 출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라 송환 절차가 시작되면서 석방되지 않고 재구속된 상태서 범죄인 인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연방대배심은 2018년 8월 손정우를 아동 음란물 배포 등 6개 죄명·9개 혐의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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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