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고소'…미국 송환 막으려는 손정우父 전략 통할까?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아들을 선처해 달라며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던 손정우씨의 아버지가 돌연 아들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직접 검찰에 고소해 눈길을 끈다. 손씨가 해당 범죄로 국내에서 처벌받게 함으로써 미국 송환만은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손씨의 아버지는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손씨를 고소했다. 고소장엔 아들 손씨가 자신(아버지)의 개인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 범죄수익금을 거래하고 은닉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방대배심은 2018년 아동 음란물 배포 등 9개 혐의로 손씨를 기소했지만, 이번에 손씨에 대해 범죄인인도를 청구하면서는 '자금세탁' 혐의를 앞세웠다. 손씨는 성범죄와 관련해선 이미 한국 법원에서 실형(1년6개월)을 확정받아 형을 마쳤기 때문이다.

범죄인인도법에 따르면 한국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경우는 ‘절대적 인도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 현재 손씨는 미국이 요청한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 범죄인인도 절차가 진행 중인데, 미국의 자금세탁 범죄는 국내에선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만약 검찰이 손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으로 재기소하고 재판 절차가 시작된다면 범죄인인도법에 따라 손씨의 미국 송환이 어려워지는 셈이다.

검찰은 고소장이 접수된 만큼 통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검찰이 손씨를 재기소해 미국 송환을 막도록 결정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범죄인인도는 기본적으로 상호주의가 원칙으로 미국과 손씨 송환 논의는 1년 넘게 이어졌다”며 “의도가 빤히 보이는 고소장이 인도심사 직전에 접수됐다고 송환을 거절하면, 앞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고 해외에 도피한 범죄자를 국내 송환하는 데에도 외국의 협조를 구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고소를 각하하거나 법원의 범죄인인도 결정 이후 사법처리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관계 등에 비춰 수사와 소추를 할 ‘공공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고소를 각하할 수 있다.

한편 손씨의 범죄인인도 심사는 오는 19일로 예정돼 있다. 법원은 2개월 안에 손씨의 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실제 송환 여부는 법원의 결정을 바탕으로 법무부 장관이 최종 결정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