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硏 북한인권백서…"사선변호인 고용하거나 불법 조사에 항의" 증언도
"북한, 사형 여전히 광범위…공개 처형·가혹 행위는 일부 개선"
북한에서 자의적이고 광범위한 사형이 이루어지는 등 주민들의 인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공개 처형과 구금 시설 환경과 관련해서는 일부 개선된 정황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일연구원이 11일 공개한 '북한인권백서 2020'은 "북한에서는 여전히 주민들의 생명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 백서에는 마약 거래와 한국 녹화물 시청·유포, 살인 등 강력범죄에 대한 공개적인 사형 집행이 사례가 실렸다.

백서는 "주목할 점은 최근 몇 년간 마약 거래행위와 한국 녹화물 시청·유포행위에 대한 사형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들 행위가 북한 전역에 확산하면서 단속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식적인 구금시설이 아닌 임의적이고 자의적 관행에 따르는 정치범수용소도 여전히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백서는 "한국행을 기도하다 적발돼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되는 사례는 지속해서 수집되고 있다"며 탈북을 알선하던 브로커의 수용 또한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정은 체제 출범을 전후해 국경통제 및 탈북 단속이 지속해서 강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탈북 과정에서 적발되거나 강제송환된 북한 주민의 인권 침해가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고문과 불법 체포, 불공정 재판, 감시 및 도청 등 북한 당국의 인권 침해적 행위는 계속되고 있으며, 의식주와 교육 등 사회·경제·문화적 권리도 열악한 상태다.

다만 과거와 비교해 인권이 일부 개선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사형과 관련해 "과거보다 공개처형의 빈도가 줄어들고 있으며, 실제로 공개처형 현장에 주민이 동원되는 경우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백서는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 공개처형 횟수가 감소해서인지, 아니면 비공개 집행이나 비밀 즉결처형이 늘어서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백서는 "집결소와 구류장 내 폭행 및 가혹행위가 감소했다는 증언도 수집됐다"며 "구금시설 내 영양·위생·의료 상황도 일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최근 재판 과정에서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았다거나 불법 가택수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항의하는 등 사례도 종종 포착되고 있다.

백서는 "북한 주민의 권리 의식 시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도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비롯한 각종 권리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단기간 내 확대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 백서는 최근까지 북한에 머물렀던 북한이탈주민 118명을 지난해 심층 면접한 내용과 통일연구원이 입수한 북한 공식 문건, 북한이 유엔 인권기구에 제출한 보고서 등을 토대로 작성됐다.

통일연구원은 지난 1996년부터 매년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하고 있다.

2017년에는 백서 내용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했지만, 2018년부터는 발간 소식을 별도로 공지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