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위해 희생하는 성실했던 분"
"입주민 갑질·폭행 엄벌해야"
주민과의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A 씨가 근무했던 경비초소에 분향소가 설치됐다. /사진=연합뉴스

주민과의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A 씨가 근무했던 경비초소에 분향소가 설치됐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갑질과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해당 경비원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국민청원과 '갑질 입주민의 엄벌 촉구' 국민청원이 잇따라 등장, 국민적 동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50대 A 씨는 11일 오전 2시께 자신의 집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서툰 글씨로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저 억울해요. 제 결백 밝혀주세요"라는 유서를 남겨 안타까움을 더했다.

A 씨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한 입주민의 갑질이었다. 50대 주민 B 씨는 지난달 21일 오전 11시께 아파트 단지 내 주차 문제로 A 씨를 폭행한 뒤 "경비 일을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CCTV 사각지대인 경비초소 안의 화장실로 A 씨를 끌고 가 여러 차례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다 못한 A 씨는 상해 혐의로 B 씨를 경찰에 고소했지만 고소인 조사를 받기 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B 씨는 자신이 이웃들 앞에서 모욕을 당했다며 A 씨를 모욕죄로 고소하기도 했다.

현재 A 씨가 근무하던 경비초소에는 분향소가 마련됐으며 입주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경비원 A 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입주민들의 메시지가 경비초소를 가득 채웠다. /사진=연합뉴스

경비원 A 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입주민들의 메시지가 경비초소를 가득 채웠다. /사진=연합뉴스

또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에서 2년째 거주 중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아파트 경비아저씨가 주차문제로 4월 말부터 20일 정도 말로 설명할 수 없이 힘든 폭언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숨진 A 씨에 대해 "정말 좋은 분이었다. 입주민들에게 매번 잘해주고 자기 가족인 것처럼, 자기 일인 것처럼 주민들을 위해 희생하는 성실한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아파트가) 두 동 밖에 없어서 주차장이 협소하긴 하다. 그 주차문제 때문에 일이 벌어졌다"면서 "이중주차로 인해 자기차를 밀었다고 사람을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고 근무시간마다 때리고 욕하고 CCTV만 봐도 인성이 보이는 그런 나쁜 사람 때문에 (경비아저씨가) 얼마나 힘드셨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토로했다.
주민 갑질에 세상 떠난 경비원…"억울함 풀어달라" 청원 잇따라

청원인은 "철저히 다 수사해서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 하청 용역분들을 보호해 달라"면서 "경비아저씨들도 한 가정의 소중한 할아버지, 남편, 아빠다. 입주민의 갑질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또 다른 청원인은 '아파트 경비원을 죽음으로 내몬 한 입주민의 갑질과 폭행에 대해 엄벌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제안했다.

그는 "사소한 주차문제를 가지고 폭행하고 관리소장에게 경비원을 해고하라고 겁박한 것은 명백한 갑질이고 범법행위"라면서 "입주민에 비해 절대적 약자 위치에 있는 경비원이 왜 항상 당하고만 있어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또 "그 입주민은 심지어 자신이 명예훼손 당했다고 경비원을 맞고소 했다고 한다. 상대 코 뼈까지 부러뜨려 놓고 무슨 맞고소인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경비원을) 폭행한 입주민을 엄벌하고 다시는 약자의 위치에 있는 분들이 얼울하게 죽으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들은 이날 오후 4시50분 기준 각각 1만7679명, 4049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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