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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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들에게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 노동조합(변호사 노조)이 2차 파업을 결의했다. 공단이 비(非)변호사인 일반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공단을 운영하려 한다는 것이 변호사 노조의 주장이다. 공단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취약계층의 법률구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2차 파업을 예고한 것은 국민을 배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변호사 노조는 지난 6일 노조원 98%의 찬성으로 2차 파업을 결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오는 25~26일 노조원 전원이 연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경고 파업’을 시작한 후,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3주 동안 지역별로 전면 파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공단은 전국에 18개 지부, 37개 출장소를 두고 있다. 변호사 노조는 지난 2월 3일부터 3월19일까지 46일간 1차 파업을 한 바 있다.

신준익 변호사노조위원장은 “공단이 법률상담 업무를 현재 변호사가 부장을 맡고 있는 구조부에서 일반직이 부장을 맡고 있는 고객지원부로 옮기는 직제개편을 했다”며 “이는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사법에는 변호사 아닌 자가 법률상담 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공단의 설립 근거가 된 법률구조법 시행령에선 ‘법률지식과 능력을 갖춘 상담 직원’을 둘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도 법률상담 대다수는 일반직이 수행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주로 소송대리 업무 등을 한다.

신 위원장은 “지금은 일반직이 상담을 하더라도 변호사들의 지휘 감독을 받고 있기에 괜찮았지만, 직제개편이 이뤄지면 문제가 생긴다”며 “민원인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변호사를 충원해 이들에게 법률상담을 맡기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해야 하지만 공단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단 측은 “(직제개편 문제는) 법무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사안”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단이 최근 지부장 등에 대한 다면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도 갈등의 씨앗이다. 노조 측은 “일반직의 평가만으로 변호사들이 맡고 있는 지부장 등의 보직을 박탈할 수 있도록 했다”며 “직원들의 인기투표로 변호사 보직이 박탈될 수 있는데다, 그 자체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공단 측은 “지부장에 대한 다면평가의 경우 일반직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10명에 이르는 평가단이 평가를 진행한다”며 “이 가운데 피평정자와 6개월 이상 함께 근무한 변호사도 포함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상당수의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라며 “직장 내 권위주의를 없애고 일할 맛 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선진적 인사시스템의 일부”라고 맞섰다.

변호사와 일반직 사이 갈등의 골은 깊다. 변호사 노조는 지난 2~3월에도 변호사 인력충원과 처우개선, 변호사법에 따른 공단 운영 등을 주장하며 1차 파업을 단행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공단 운영 방식을 두고 변호사 노조 측과 충돌했던 조상희 전 이사장이 임기를 1년6개월 앞두고 돌연 사직했다. 2018년엔 일반직 노조가 변호사들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받는다는 등 이유로 총파업을 하기도 했다.

올들어 2차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국민들의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 2월18일부터 이달 7일까지 계약해지와 임대차, 실업급여, 개인회생 등 코로나19 관련 법률상담만 1505건 이뤄졌다. 당장 법적 분쟁에 휘말린 취약계층이 법률 구조를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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