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증설하다며 투자금 모아 경영권만 사수…차기 경영진 횡령 방조도
거짓 공시로 200억원 부당이득 챙겨…하이소닉 전 경영진 실형
거짓 공시를 앞세워 일반 투자자들에게서 수백억원대 자금을 조달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코스닥 상장사 하이소닉(옛 지투하이소닉)의 과거 경영진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하이소닉의 류모(52)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은 동업자 배모(48)·김모(49)씨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이들 피고인 3명은 각각 벌금 100억원도 선고받았다.

류 전 대표 등은 2016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고 이 가운데 194억원을 부당이득으로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결과 당시 이들은 베트남 공장 증설 투자를 위해 자금을 조달한다고 공시했으나 거짓이었다.

조달된 자금은 모두 경영권 분쟁 상대였던 최대주주의 지분을 매입하는 데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016년 당시 새로 최대주주가 된 김모씨와의 갈등으로 류씨가 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자 범행을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류 전 대표 등은 2018년 실적 악화와 적자 누적으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회사를 급히 매각하는 과정에서 새 경영진으로 나선 인수자의 횡령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류 전 대표 등에게서 회사를 인수한 당사자인 곽모(47)씨는 자기자본 없이 사채로 이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하이소닉 자금 186억원을 개인 목적으로 유용했다가 적발됐다.

곽씨 역시 같은 재판부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충분한 자기자본이 없는데도 치밀하게 사전 계획을 세워여러 부정한 수단으로 200억원 상당의 자금을 마련하고, 이 자금으로 최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영권을 처분하는 과정에서는 회사의 인감도장, 사업자등록증 등을 사채업자에게 모두 넘겨주는 등 (곽씨의 횡령을) 적극적으로 도왔다"며 "일련의 범행으로 회사의 재무상태는 크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피고인들은 최근 모두 항소했다.

하이소닉은 과거 사명 변경 전 지투하이소닉, 알비케이이엠디로도 불렸던 회사다.

라임자산운용이 2018년 7월 이 회사의 전환사채(CB)에 100억원대를 투자하기도 했다.

라임은 하이소닉이 이미 경영진의 횡령 등으로 부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이 회사에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져 부실 운용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하이소닉은 코스닥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