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시행한 뒤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어린이 교통사고가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올해 3~4월은 초등학교 개학이 연기됐기 때문에 실상을 비교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4일 서울 미근동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난 3월25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는 21건으로 전년 동기(50건) 대비 58% 감소했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같은 기간 스쿨존 사고로 부상을 당한 어린이 수도 50명에서 23명으로 줄었다”며 “민식이법이 국민에게 경각심을 준 효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민식이법 시행 한 달…스쿨존 사고 58% 줄었지만 '논란 여전'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일컫는다.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민식 군(9)이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발의됐다. 스쿨존에서 안전운전 위반으로 만 12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하게 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게 골자다. 다치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3~4월은 초등학교 개학 후여서 스쿨존을 오가는 어린이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개학이 미뤄져 등교생을 찾아보기 어렵다.

운전자 이모씨(33)는 “민식이법을 둘러싼 운전자들의 불안과 우려는 초등학교 개학 후 더욱 커질 것”이라며 “시행 한 달이 넘도록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 데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식이법을 둘러싼 논란은 곳곳에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글은 이날 기준으로 15개가 넘는다. 헌법이 보장하는 책임과 형벌 간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을 가중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일엔 민식이법을 희화화한 모바일 게임까지 등장했다.

경찰은 지난 3월25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 21건에 대해선 법리를 검토하는 중이다. 민 청장은 “30㎞ 이하의 규정 속도를 지켰는지, 어린이 안전을 위한 의무를 준수했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