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고성산불로 모여든 소방차들, 진화 후 늠름한 복귀
장병들도 잔불 끄기 구슬땀…"인명 피해 없어서 다행입니다"
"1년 만의 산불 소식에 심장이 덜컥…소방관님들 고맙습니다"
"다시 고성에 산불이 났다는 소식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는데 큰 피해 없어 너무 다행이네요.

애써주신 소방관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
1일 오후 9시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에 사는 정상달(78·여)씨는 서울에 사는 딸을 만나러 갔다가 자신의 집 인근에서 큰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봄 동해안을 집어삼킨 강원 산불의 악몽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산불로 큰 피해를 보진 않았지만 많은 토성면 주민이 집을 잃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것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정씨는 다시 고성에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자녀들과 함께 도원리 자택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까이 갈수록 매캐한 연기가 차를 덮쳤고, 경찰이 길을 막아 인근에 사는 작은 딸 집에서 뜬눈으로 밤새 불이 꺼지길 바라야 했다.

"1년 만의 산불 소식에 심장이 덜컥…소방관님들 고맙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자택 정문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니 집 앞에서 소방차가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날이 밝아 아침이 찾아왔다.

정씨는 가족과 함께 떨리는 마음으로 집을 찾았다.

머리 위로 진화헬기가 쉴새 없이 날아다니며 검게 탄 산림에 물을 뿌렸다.

다행히도 집은 아무 피해가 없었다.

집 뒤 공터까지 불길이 내려왔지만, 전국에서 모여든 소방관과 산림청 진화대원들이 화마와 사투를 벌인 덕분이었다.

정씨의 큰딸 박경옥(59)씨는 "밤새 마음 졸이다가도 소방차를 보면 안심이 됐다"며 "밤새 불길로부터 집을 지켜준 소방대원들이 너무 고생 많았다"고 고마워했다.

건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고성지역에 동시에 내려진 악조건 속에서도 큰 피해 없이 산불을 잡은 성과 뒤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진화대원들의 노력이 있다.

산불 현장에는 강원도뿐 아니라 대구, 광주, 경기, 충북 등 전국 소방본부 소속의 소방차 400여대가 모여들어 밤새 화마와 사투를 벌였다.

"1년 만의 산불 소식에 심장이 덜컥…소방관님들 고맙습니다"
산림청과 소방, 군부대 등 진화헬기 39대도 이날 날이 밝아오자 산불 현장과 인근 저수지를 오가며 물을 뿌렸다.

도청과 군청 소속 공무원들도 화재 소식과 동시에 현장으로 동원돼 힘을 보탰다.

육군 8군단, 22사단 소속 장병들은 불길로부터 대피한 즉시 산불 진화 작업에 투입돼 등짐펌프를 메고 산림을 누볐다.

이들의 노력이 밤새 이어져 인명 피해 없이 산불을 잡을 수 있었다.

큰 불길을 잡은 뒤 지친 몸을 달래며 산소마스크를 벗는 진화대원의 모습은 짙은 감동을 줄 정도였다.

"1년 만의 산불 소식에 심장이 덜컥…소방관님들 고맙습니다"
등짐펌프를 잠시 벗으며 서로에게 물병을 건네는 장병들에게서는 산불 전투에서의 전우애도 느낄 수 있었다.

육군 22사단 소속 김모(21)일병은 "등에 진 펌프가 무겁긴 해도 오전 중에 불을 끌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특히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소방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산림 85㏊가 타고 주택 등 건물 6동이 소실됐다.

3명의 사상자와 658가구 1천524명의 이재민을 내고, 산림 2천832㏊를 태웠던 지난해 고성산불과 비교하면 작은 피해 규모다.

진화대원과 공무원, 장병들은 산불 현장 곳곳을 뒤지며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밤새 불길과 치열하게 싸운 전국의 소방차들은 큰 불길을 잡은 뒤 늠름한 모습으로 줄지어 고속도로를 통해 복귀했다.

주민들은 영웅의 복귀에 박수를 보냈다.

"1년 만의 산불 소식에 심장이 덜컥…소방관님들 고맙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