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광주학살 책임지고 사죄하라" 항의
전두환 법원 도착…왜 책임지지 않느냔 질문에 '침묵'(종합)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27일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지난해 3월 11일 피고인으로 광주지법에 출석한 지 1년여 만이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25분께 부인 이순자(81) 여사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출발해 낮 12시 19분께 광주지법 법정동에 도착했다.

경호 차량과 전씨 부부가 탄 차량 등 승용차 3대는 당초 예정됐던 법원 정문이 아닌 후문을 통과해 청사로 진입했다.

전씨는 승용차에서 내려 경호원이 내민 손을 잡고 법정동 후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걸어갔으나 특별히 거동이 불편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나 차에서 내릴 당시에는 모자를 벗고 마스크만 쓰고 있었다.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석하게 해달라고 신청한 부인 이씨도 법정으로 함께 이동했다.

전씨는 "왜 책임지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건물로 들어갔다.

취재진은 전씨에게 "이렇게나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는가.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는가"라고 물었으나 전씨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경호원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지난해에는 경호원의 제지를 받던 취재진이 그를 향해 손을 뻗어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고 질문하자 "왜 이래"라고 소리치고 법정에 들어갔다.

전씨가 후문을 통해 법정에 도착할 당시 정문에서는 5·18 관계자들이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전두환은 5·18의 진실을 밝혀라' '5·18역사왜곡처벌법 제정하라' 등의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소복을 입은 5·18 희생자 어머니들과 5·18 단체 관계자들, 일반 시민들은 전씨가 들어간 법정 출입구 앞에 모여 전씨의 사죄를 촉구했다.

이들은 5·18 상징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과 '5월의 노래' 등을 부르며 "광주학살 책임지고 전두환은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전씨는 법정동 2층 내부 증인지원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한 뒤 대기하다 재판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전두환 법원 도착…왜 책임지지 않느냔 질문에 '침묵'(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