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개학 연기 끝에 온라인 개학…감염 확산 막았지만 수업 내용 부실
교육전문가들 "스마트+아날로그 교육 많아질 것…교사 역할도 변화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6·25전쟁 때도 '천막 학교'를 운영했던 우리나라의 학교 문까지 모두 닫게 만들었다.

초·중·고교부터 대학·대학원까지 모두 합치면 약 840만명의 학생이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하고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원격수업은 기술적·내용적으로 아직은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불안한 걸음마를 떼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 역시 '코로나 이전'과 '포스트(post·이후) 코로나'로 나뉠 것"이라며 "이번 원격수업을 미래교육 혁신의 초석으로 삼으려면 학교 현장의 혁신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100일] 사상 초유 '840만명 원격수업'…미래교육 초석 될까
◇ 4차 개학 연기 끝 온라인 개학…"아이들 안전이 우선이라는 사회적 합의 형성"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초·중·고 개학을 총 네 차례 연기했다.

교육부는 2월 중순만 해도 대학에만 개강 연기를 권고하면서 초·중·고 개학 연기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2월 20일 이후부터 국내 지역 감염이 확인되면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결국 학생들의 등교가 불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원래 3월 2일인 학교 개학은 3월 9일, 3월 23일, 4월 6일로 잇따라 연기됐다.

이후 3월 말이 되도록 코로나19가 사그라지지 않자, 결국 교육부는 개학을 네 번째 미루면서 '순차적 온라인 개학' 카드를 선택했다.

4월 9일 중3·고3이 먼저 원격수업을 시작했고, 4월 16일 중·고 1∼2학년과 초 4∼6학년이 온라인 개학했다.

4월 20일에 초 1∼3학년이 마지막으로 원격수업에 합류했다.

대학교와 대학원은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점 등을 고려해 3월 중순에 먼저 온라인으로 개강했다.

올해 초·중·고생은 약 540만명, 대학·대학원생은 약 300만명이다.

총 840만명에 달하는 학생과 이들의 학부모가 사상 초유의 '원격수업 시대'를 급작스레 맞이했다.

한 교육학자는 "2009년 신종플루 때만 해도 재량 휴업을 했는데, 그 배경에는 '학교는 보내야 한다'는 구시대적 사고가 있었다"면서 "이후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면서 아이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덕에 이번 개학 연기가 가능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100일] 사상 초유 '840만명 원격수업'…미래교육 초석 될까
◇ 접속부터 불안한 원격수업…수업 내용도 부실해 학생·학부모 불만 속출
원격수업은 코로나19가 학교까지 침투하는 것은 막았지만, 부랴부랴 준비한 흔적이 역력했다.

3월 중순에 대학이 먼저 온라인 강의를 시작했을 때부터 원격수업의 1차 문제는 불안정한 접속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3월 16일 고려대·서울대·중앙대 등 서울 소재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자 서버가 모두 다운됐다.

강의 영상을 재생하면 수강 기간이 아니라거나 네트워크가 불안정해 출석 시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오류가 발생했다.

이런 문제는 4월 중순 초·중·고교가 온라인 개학했을 때도 반복됐다.

교육당국이 제공하는 공식 원격수업 플랫폼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 모두 접속 및 영상 재생에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교사·학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교육 당국이 바로잡는 과정을 2주가량 거치고 나서야 접속이 대체로 안정화했지만, 여전히 "수강 진도율이 체크되지 않는다", "영상이 끊긴다" 등의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100일] 사상 초유 '840만명 원격수업'…미래교육 초석 될까
원격수업이 본격화하자 학생·학부모 사이에서 수업 내용이 부실하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온라인 개학이 갑자기 결정되다 보니 교사들의 준비가 안 돼 있고 웹캠 등 장비 가격이 폭등하는 등의 문제로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을 포기한 학교·교사가 많았다.

EBS 강의를 위주로 한 단방향 수업이 많아지자 학생들은 "학교 선생님의 독창적인 노하우를 배우고 싶은데 이게 무슨 수업이냐", "학교생활기록부 채워야 하는데 쌍방향 수업이 없어 발표·토론할 기회가 없다"는 등 불만을 제기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하루치 과제를 한두 시간 만에 끝내고 논다"면서 "학습량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 이럴 때 일반고와 자사고·특목고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했다.

초등학생 원격수업은 로그인, 출석 체크부터 과제까지 모두 학부모가 도와야 하는 탓에 '엄마 개학'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코로나19 100일] 사상 초유 '840만명 원격수업'…미래교육 초석 될까
◇ 교육계 "'원격수업 시대' 원년 삼으려면 정부 지원 시급…교사 역할 변화도 필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데도 원격수업 인프라·경험이 부족했던 이유는 '정부의 관심 부족'과 '보수적인 학교 현장' 두 가지에 있다고 말한다.

정부가 미래형 원격교육에 관한 무게감 있는 정책을 발표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았던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이 마지막이다.

당시 "모든 교과서를 디지털교과서로 바꾸겠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흐지부지됐다.

디지털교과서는 현재 일부 교사만 보조 콘텐츠 개념으로 활용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코로나19로 올해가 '원격수업 시대'의 문이 활짝 열린 원년이 됐다면서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 상황을 두고 "물에 빠지면서 수영을 배운 셈"이라고 촌평했다.

박 교수는 "이번을 계기로 '스말로그(스마트와 아날로그의 합성어)' 교육이 많아질 것"이라며 "오프라인 수업을 재개해도 교사가 온라인 자료도 계속 제공하고, 교사와 학생이 온라인 메신저로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스마트 교육 예산도 확보하고, 에듀테크 벤처기업 육성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이번 원격수업으로 확인된 교사들의 역량을 보면 K-팝에 이은 'K-에듀케이션'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코로나19는 학교 교육의 기능과 역할, 미래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에 물음을 던졌다"면서 "온라인 교육으로 지식 전달은 가능하지만, 인성 교육과 아이들의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됐다"고 분석했다.

전 소장은 "과거 교사의 역할이 교과 지식·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있었다면, 앞으로 교사의 역할은 학생의 성장·진로를 돕는 '가이던스(guidance·지도)'의 역할과 학생을 심리적으로 돕는 '카운슬러(counselor·상담사)'의 역할로 재편될 것"이라며 "교대·사범대의 교원 양성 체계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