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50%, 한노총 50%"
공사 전부터 나눠먹기 협상
일감 줄자 度넘은 '밥그릇싸움'
노조끼리 집단 난투극 빈번
지난 21일 서울 응암동 현대건설 공사현장 입구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건설지부 배관분회가 집회를 하고 있다. 배관분회는 지난 2월부터 두 달 넘게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김남영 기자

지난 21일 서울 응암동 현대건설 공사현장 입구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건설지부 배관분회가 집회를 하고 있다. 배관분회는 지난 2월부터 두 달 넘게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김남영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50%,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 팀, 민주연합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한 팀.’

이달 초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형틀 공사를 맡은 전문건설업체 대표 A씨는 원청 건설사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현장 노동자를 각 건설노조 비율에 맞춰 채용하라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원청 건설사는 조합원 채용에 따른 생산성 손실비용을 미리 견적에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조합원을 쓰면 비조합원에 비해 일당은 20~30% 비싼데 생산성은 절반도 안 된다”며 “그러나 노조 요구를 안 들어줬다가 시위라도 하면 손실이 더 커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밥그릇 싸움’에 집단 난투극까지
"우리 조합원 뽑아라"·"아니 우리를 써라"…건설현장 곳곳서 집단 패싸움

건설노조의 횡포는 패턴이 매번 똑같다. 각 건설노조는 공사 전부터 건설사들과 협상에 나선다. 먼저 굴삭기 지게차 등 조합의 건설장비를 사용하라고 강요한다. 다음은 채용할 노동자 비율을 정한다. 예컨대 골조 공사에 100명이 필요하면 민주노총 50명, 한국노총 50명을 뽑겠다고 약속하는 식이다. 원하는 인원을 채용하지 않으면 조합은 시위에 나선다.

건설노조의 횡포는 올 들어 서울뿐 아니라 인천 경기 광주 등 지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인지역본부 조합원 70여 명은 인천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입구를 가로막았다. 현장 타워크레인 7대 중 5대와 형틀 목공의 70%를 자기 조합원으로 뽑으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지난 1월 경기 성남시 금광1구역 재개발 현장에서는 양대 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1000여 명이 대치했다. 골조업체 세 곳의 160명 전부를 자기 조합원으로 뽑으라는 민주노총 요구에 한국노총이 반발하면서다. 두 달 동안 이어진 집회로 공사는 25일간 중단됐다.

집단 난투극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2일 광주 중흥동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40명과 한국노총 조합원 30명이 패싸움을 벌였다. 조합원 한 명이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고 차량 6대가 파손됐다. 20일 인천 송림동에서는 건설현장에 들어가려는 한국노총 조합원 15명을 민주노총 조합원이 가로막다 싸움이 벌어져 10여 명이 다쳤다. 한국노총 산하 한국건설산업노동조합은 최근 ‘체대 졸업생, 무술 유단자’를 우대한다는 채용 공고를 내기도 했다. 서울의 한 콘크리트업체 대표는 “일부 조합은 임금협상이나 시위를 할 때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사람까지 데려온다”고 말했다.

철근콘크리트업체 10여 곳 문 닫아

건설노조의 횡포는 더 빈번해지는 추세다. 건설노조 조합원은 늘고 있는데 건설 일감은 줄어든 탓이다. 2007년 전국 단일 노조로 출범할 당시 1만5000여 명이던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은 2018년 14만 명을 넘어섰다.

군소 노조도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전문건설업체 80여 곳에 임금 교섭을 요구한 노조는 2017년 3곳에서 올해 14곳으로 늘었다. 반면 전국 주거용 건축물 착공 면적은 2015년 6816만㎡에서 지난해 3335만㎡로 반토막났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타워크레인은 전체 기사 중 비조합원이 한 명도 없다고 보면 된다”며 “지금은 14개 노조가 임금뿐 아니라 채용과 장비 사용 등 전반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각 노조는 형틀, 덕트 같은 세부 직종까지 자기 조합원 채용을 강요한다. 서울 응암동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건설지부 배관분회가 2월부터 60일째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형틀 등 전문건설업 21개 세부 직종뿐 아니라 장비 해체작업까지 노조가 나서 채용을 강요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노조 간 밥그릇 싸움의 피해는 영세 전문건설업체에 돌아간다. 건설노조가 장비 사용과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는 대상이 철근콘크리트 등 각 공사를 맡은 전문건설사이기 때문이다. 조합원을 뽑은 건설사들은 관리비 명목으로 노조에 ‘전임비’까지 내야 한다. 노조 한 팀이 받는 전임비는 매월 100만원 수준이다. 임금 이외에 기술료 등 명목으로 매월 300만원가량을 지급하는 것도 관행으로 굳었다.

시위로 공사가 늦어지면 건설사들은 금융이자, 협력사 위약금 등을 내야 한다. 여기에 총공사비의 0.1%를 지체보상금으로 물어야 한다. 5000억원 규모 공사면 지체보상금이 하루 5억원이다. 김학노 철근콘크리트사용자연합회 대표는 “4~5개 팀의 노조가 들어오면 임금 이외에 매월 수백만원이 지출되니 영세업체는 공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며 “협회에 가입된 철근콘크리트업체는 지난해 89개에서 올해 77개로 줄었다”고 말했다.

양길성/김남영/최다은 기자 vertigo@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