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앙심품고 살해" vs 전직 간호조무사 "극단 선택"
'부천 링거사망 사건' 24일 선고…살인죄 인정될까

모텔에서 링거로 마취제를 투약해 남자친구를 숨지게 한 이른바 '부천 링거 사망 사건'과 관련,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간호조무사의 선고 공판이 24일 열린다.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피고인과 계획범죄로 단정한 검찰 가운데 재판부가 어느 쪽의 주장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직 간호조무사 A(32·여)씨의 선고 공판은 24일 오전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형사1부(임해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A씨는 2018년 10월 21일 오전 11시 30분께 경기도 부천시 한 모텔 객실에서 링거로 마취제 등을 투약해 남자친구 B(사망 당시 30세)씨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B씨는 마취제인 프로포폴과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 등을 치사량 이상으로 투약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인은 디클로페낙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당시 B씨와 모텔에 함께 있던 A씨도 검사 결과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치료농도 이하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달 8일 결심 공판에서 범행의 고의성이 인정되는데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은 앙심을 품고 피해자를 살해했음에도 혐의를 부인하며 적반하장 식 주장을 하고 있다"며 "피고인을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게 유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것"이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A씨의 변호인은 "검찰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피고인이)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이는 수사기관의 추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 측 증거와 피고인 측 참고자료를 토대로 피고인이 잔혹한 성품을 가진 사람인지 냉정하게 판단해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이 사건은 발생 당시 현장인 모텔 객실에 피고인과 피해자 단 둘만 있어 목격자가 존재하지 않았고, 살인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아닌 주변의 정황 증거만 있는 상태였다.

이 때문에 애초 경찰도 A씨에게 살인이 아닌 위계승낙살인죄를 적용했다.

위계승낙살인죄는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처럼 속인 뒤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숨지게 한 경우에 적용된다.

경찰이 이 혐의로 A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피의자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고 범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7개월 넘게 보강 수사를 통해 A씨와 B씨가 사건 발생 전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A씨의 인터넷 검색기록 등을 분석했다.

검찰은 여러 정황 증거로 볼 때 B씨가 여자친구에게 극단적 선택을 해달라고 부탁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A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정에서 "성실하게 살던 30살 청년인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제안한 사실도 극단적 선택에 동의한 사실도 없다"며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의 혐의가 명백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A씨는 결심공판에서 최후 변론을 통해 "그때 남자친구를 좀 더 말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B씨가 목숨을 끊어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자신이 거절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어 "저는 살인자가 아니다"라고 2차례 말한 뒤 "죽일 이유도 줄일 수도 없었다"고 호소했다.

그동안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해 온 A씨는 선고공판을 앞두고 지난주 처음으로 반성문을 써서 재판부에 제출했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선뜻 1심 재판 결과를 예단하기가 쉽지 않은 사건"이라며 "재판부가 여러 정황 증거와 함께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 등을 따져 결론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