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 "소외계층 아동 원격수업 문제없게 해야죠"
“이미 온라인 개학을 했는데도 공부하는데 필요한 스마트기기를 지원해줄 수 없느냐는 아이들의 문의가 계속 들어옵니다. 새로운 교육 방식에 소외되는 아동이 없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국내 최대 아동 전문 복지재단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이제훈 회장(80·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내 소외계층 아동의 어려움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1948년에 세워진 복지재단으로, 국내의 대표적인 아동 대상 비정부기구(NGO)다. 지난해 기부받은 후원금만 현금과 물품을 합쳐 1708억원에 이른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는 위축됐지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향한 기업과 개인의 기부는 오히려 늘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관련 기부액이 지난 20일 기준 87억원(물품 포함)에 달하고 재단 전체 모금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더 많다”며 “모두가 힘든 시기에도 아동을 위해 선뜻 기부에 나서준 후원자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여전히 아동 지원에 사각지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부 물품 대부분이 마스크와 손 소독제에 편중돼 있다”며 “지금 소외계층 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물품은 온라인 수업을 위한 스마트기기”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을 하기 이전에 스마트기기가 없는 학생들을 전수조사해 기기 지급을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현실 상황은 정부의 이런 설명과 괴리가 있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이 회장은 “부모 없이 조부모 어르신의 돌봄을 받는 학생, 다자녀가구 학생 등은 지금도 재단에 스마트기기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금 기부도 ‘마스크 구입에 써달라’는 방식의 지정 기탁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원격 수업을 위한 스마트기기 지원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1965년부터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편집국장을 거쳐 사장에 오른 2001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비상임이사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재단과 첫 인연을 맺었다. 2010년부터 이 재단의 회장으로서 10년째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회장 부임 첫해 약 12만 명이던 정기 후원자 수가 지난해 51만 명까지 늘었다. 그는 “아이들이 꿈을 위해 노력하고, 꿈을 이룰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의 재단 운영 방향을 묻는 말에 “지금까지 해오던 지원사업을 꾸준히 지속하면서도 저출산 시대에 형제 없이 외롭게 자라는 아동을 위해 재단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또 “북한엔 기초적인 영양 섭취마저 부족한 아동이 많다”며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 가능해지면 모든 루트를 통해 북한 아동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