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률 목표 '완수' 대신 '착실 실현'으로 표현 바뀌어
'샤오캉'도 달성→지향 목표로…"2020년 GDP 2010년 2배" 표현 사라져
정부 싱크탱크 "올해 성장률 목표 2∼3%로 낮춰 잡자" 제안
코로나19 충격에 경제 눈높이 낮춘 중국…'6대 보위' 등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중국이 근 반세기 만에 마이너스 경제 성장을 경험한 가운데 중국 지도부가 올해 성장 눈높이를 현실에 맞게 낮추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17일 발표된 중국공산당 정치국 회의 결과 내용을 담은 공보문 전문을 분석해 본 결과, 우선 중국 지도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피해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숨김없이 드러내 눈길을 끈다.

중국 공산당의 중요 의사 결정 기구인 정치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고 "현재 경제가 직면한 도전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1분기 경제는 극도로 순조롭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중국공산당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돼 자국 경제에 심각한 부담이 초래될 때에도 대외적으로는 '기본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중국 핵심 지도부 회의에서 '전례 없는 도전', '극도로 순조롭지 않았다'와 같은 표현을 쓰며 자국 경제가 위기 상황이라고 공개 진단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정치국 회의가 열린 17일은 중국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한 날이었다.

1분기 성장률은 -6.8%로 중국은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6년 이후 첫 마이너스 경제 성장을 경험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국은 "어려움을 충분히 향후 계산에 넣고, 긴박감을 강화한 가운데 (올해) 경제사회 발전의 각 목표를 착실히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중국 수뇌부의 주요 회의에서는 "올해 전체의 경제 사회 발전 목표 임무를 노력해 완수한다"는 표현을 반복해 썼는데 '완수'라는 단어가 빠졌다.

요구 수위가 한층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생증권은 보고서에서 "경제 상황에 관한 중앙의 판단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며 "경제 상황의 어려움에 관한 판단이 전보다 뚜렷하게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소위 '100년의 목표' 가운데 하나인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 독려에 관한 표현도 한층 수위가 낮아졌다.

앞서 중국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인 2021년을 앞두고 올해까지 '샤오캉 사회'를 건설을 마치겠다면서 구체적인 양적 목표로 2020년 국내총생산(GDP)을 2010년의 두 배로 만드는 것을 제시한 바 있다.

기존에 중국 지도부는 그간 샤오캉 사회 건설을 '확실히 실현하라'(確保實現)라고 요구했는데 이번 회의 공보문에서는 '정조준하라'(緊구<재방변 붙은 口>)는 표현을 쓴 것이 큰 변화다.

전까지는 2020년까지 '샤오캉 사회' 건설을 끝내는 것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였다면 이제는 지향 목표 정도로 수위가 낮아졌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이 양적 목표를 달성하려면 중국은 올해 반드시 5.6%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사태로 이는 이미 현실성이 없는 목표가 되어 버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펴낸 세계 경제 전망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로 내린 상태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듯 최근 들어서는 중국 당·정과 주요 관영 매체들이 'GDP 2배 목표' 언급 자체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중국공산당 정치국이 올해 성장보다는 경제 파탄을 막는 방어적인 경제 운용 기조에 나설 것을 시사한 대목도 눈에 띈다.

정치국은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6대 보위'(六保) 목표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은 고용안정을 필두로 한 '6대 안정'(六穩) 목표를 내건 바 있는데 이번에는 안정을 넘어서 물러섬 없이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6대 보위' 목표를 새로 만든 것이다.

'6대 보위'에는 '주민 취업', '기본 민생', '시장 주체', '식량·에너지 안보', '산업 사슬 안정', '기층 조직 운영'이 포함됐다.

'6대 안정'에 이어 '6대 보위' 목표에서도 고용안정이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고용 시장에 큰 충격이 닥쳤음을 중국 당국도 잘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이제 중국이 코로나19의 충격 속에서 올해 성장 목표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연초까지만 해도 중국이 올해 6%가량의 경제성장률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국 경제계에서는 바뀐 상황에 맞춰 목표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경제지 차이신(財新)은 "6가지 보위가 처음으로 제시된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는 올해 중국 경제 성장 목표가 어떻게 설정될지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노무라증권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루팅(陸挺)은 18일 열린 포럼에서 "중국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2분기 플러스 경제 성장도 비교적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제성장률 목표를 설정하지 말고 6대 보위에 초점을 맞출 것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에서도 경제성장률 목표는 제시하되 눈높이를 크게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밍(張明)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비교적 온건한 경제 성장 목표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2020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3% 안팎으로 예상되는 만큼 2∼3% 정도의 탄력적 목표를 설정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매해 3월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 회의 개막식 때 그해 경제성장률 목표 등 경제 운용 계획을 상세히 공개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전인대 연례 회의가 연기됐다.

중국에서는 이르면 내달 연기된 전인대 연례 회의가 개최돼 올해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대규모 부양책 등이 공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