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2019년 3월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체포돼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사 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2019년 3월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체포돼 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사도우미와 비서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준기(76) 전 동부(DB)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김 전 회장은 이날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17일 피감독자간음 및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 복지시설 각 5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이 판사는 "피해자 진술 내용 자체에서 모순되거나 기록상 드러나는 사실관계와 모순되는 부분을 발견하기 어려워 진술 신빙성이 높다"며 김 전 회장의 강제추행과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를 모두 유죄 판단했다.

이 판사는 "김 전 회장은 미국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수사기관의 수사에 응하지 않았고, 이후 뒤늦게 귀국해 체포됐다"면서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김 전 회장이 피해자들로부터 모두 용서를 받았다"면서 "김 전 회장은 대부분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75세의 고령"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별장의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거나 비서 등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질병 치료 명목으로 미국으로 떠났다가 출국 이후 성추행 의혹이 불거져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곧장 국내로 돌아오지는 않아 약 2년 동안 수사가 진척되지 못했다.

사실상 도피행각을 벌이던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서 귀국했다. 출국한 지 약 2년2개월 만이었다. 김 전 회장은 공항에서 바로 체포됐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