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일수록 감염병에 취약하다"
감염 때문에 비만이 생기거나 비만으로 감염 증상이 악화하는 등 두 질환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안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팀이 분석한 논문 결과다. 논문을 통해 안 교수팀은 “급증하는 비만 때문에 세계적으로 집단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염병이 다시 유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신종플루 사례를 들었다. 신종플루 유행 당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입원과 사망의 주원인을 비만으로 꼽았다. 신종플루에 걸렸을 때 비만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2.74배, 입원 확률은 2.90배 높았다.

안 교수는 “신종플루뿐 아니라 비만인 사람은 A형 독감에 걸렸을 때 항바이러스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며 “백신 효과도 낮았다”고 했다. 이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정상 체중을 유지해야 효과가 높아진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비만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감염성 병원체는 아데노 바이러스, 헤르페스 바이러스, 장내 바이러스, 장내 미생물, 기생충 등이다. 이런 병원체에 감염되면 만성 염증이 생겨 비만이 심해진다. 나쁜 식습관까지 더해지면 장내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변화해 만성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비만이 더 가속화한다.

비만이 세균 바이러스 등의 감염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비만 자체는 만성 염증이고 지방세포가 증가하면 만성 염증이 악화돼 면역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비만 때문에 생긴 당뇨병·수면무호흡증·위식도 역류 질환 등으로 감염 질환이 생기기도 한다.

아직 코로나19가 비만과 연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다만 올해 1월 1~20일 우한 진인한병원에 입원한 환자 9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 고령, 기저질환자일수록 사망률이 높았다. 2015년 국내에서 유행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비만, 고혈압, 당뇨 환자는 사망할 위험이 더 높았다. 안 교수는 “비만과 감염은 상호 작용하는 관계”라며 “비만하면 만성 염증이 증가해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비만 치료와 예방에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