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공수처 견제 사실상 무력화
"야당 표적 수사시 정국 혼란"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오는 7월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야권의 견제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공수처가 정치적으로 휘둘릴 경우 검찰과 법원 등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고위공직자들의 복지부동이 더욱 심해지는 등 부작용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공수처장 임명에서 보수 야권은 비토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졌다.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기소하는 공수처의 수장은 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 총 7명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6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최종 후보가 된다. 추천위원은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각각 추천한 3명, 여당과 야당이 2명씩 추천한 4명으로 구성된다. 법조계에선 법무부와 대법원, 대한변협이 추천한 인사들은 여당의 뜻을 거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 몫 추천위원 2명 중 1명에 대해선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추천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현재 제2야당은 19석을 획득한 미래한국당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17석)과 범(汎)여권인 열린민주당(3석)이 합하면 제2야당으로 올라선다. 이들이 임시 교섭단체를 만들어 남은 야당 몫(1명)을 챙긴다면 공수처장 선임에서 보수 야당의 견제는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제2야당 쟁취를 위해 여야가 ‘의원 꿔주기’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여권 코드에 맞는 인사가 처장으로 선임되면 실제 수사를 진행할 공수처 검사 25명 인사 권한도 여권이 장악한다.

공수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중앙행정기관의 정무직공무원,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장성급 장교 등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직무 비리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한다.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서 별도로 고위공직자 수사를 하더라도 공수처가 해당 사건의 이첩을 요청할 수 있고,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

야권은 “공수처가 야당을 표적 수사하거나, 검찰에서 여권 비리를 수사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가져가 뭉갤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거대 여당이 출현하면서 검찰과 법원에 대한 압박, 야당에 대한 표적 수사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조직이 생기면 어쨌든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한 논리”라며 “여권이 이런 공수처의 속성을 활용하려 할 경우 고위공직 사회가 얼어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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