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본격적으로 번진지 약 100여일이 지나면서 주요 국가들의 보건 체계가 시험대에 오르는 등 '방역 올림픽'이 된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로 향후 국제 보건 질서가 재편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 세계 주요국 코로나19 상황 살펴보니

14일 보건업계에 따르면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국가는 대만과 한국이 꼽힌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확진자가 속출한 반면 대만과 한국은 선제적 대응으로 위기를 막아 피해를 최소화해서다.

코로나19에 관한 세계 각 국가들의 통계를 취합해 제공하는 사이트인 '코로나보드'를 살펴보면 대만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확진자 393명에 사망자 6명 사망률 1.5%로 집계되고 있으며 한국은 10,564명 확진에 사망 222명, 사망률 2.1%에 그치고 있다. 이는 주요 국가인 어디어디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미국은 총 587,15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23,644명이 사망, 사망률은 4.0%에 이른다. 2위인 스페인은 확진자 170,099명에 사망자 17,756명, 사망률은 10.4%다. 3위 이탈리아는 확진자 159,516명에 사망자 20,465명, 사망률 12.8%, 4위 프랑스는 136,779명 확진에 14,967명 사망, 사망률은 10.9%다. 5위 독일은 130,072명 확진에 3,194명 사망, 사망률 2.5%, 그 뒤를 잇는 영국과 중국, 이란, 터키까지 총 확진자가 6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 초기 코로나19 유입 강력히 차단한 대만

대만은 경제적 피해를 감안하고 초기부터 중국으로의 입출국을 강력하게 차단한 것은 물론 코로나 발병 지역을 방문한 자국민도 발빠르게 격리했다. 또한 총리 등이 나서 정확한 정보 전달과 공유를 통해 불안을 잠재웠다.

대만의 코로나 방역 성공은 대만프로야구 개막으로 더 빛을 발한다. 대만프로야구리그(CPBL)는 지난 2일 오후 6시 5분(한국시간)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구장에서 2020시즌 첫 경기를 열었다. 아직 개막일도 정하지 못한 한국, 미국, 일본 프로야구와 달리 대만 프로야구는 일정표를 완성했다.

일본 더페이지는 "대만 정부는 일본보다 1개월 빠르게 코로나19에 대응했다. 특정 국가의 입국 제한, 학교 휴교령, 마스크 재고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적극적인 국가 정책이 나오면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았다"며 대만 정부를 치켜세웠다. 미국 CBS스포츠는 "대만이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일요일을 선물했다"고 대만 프로야구 개막을 환영했다.

한국도 재빠른 초기 대응으로 주목받았다. 대량검사를 통해 감염자와 감염 의심자를 신속히 찾아 격리하고 전파를 억제하는 방식, 투명한 정보 공개로 미국, 유럽과 같은 극단적 봉쇄령을 피했다.

특히 한국은 'K-방역'으로 불리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신속히 개발, 생산해 각국으로부터 진단키트 수출 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정상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방역 경험 공유를 요청하는 상황이다.

▲ 안이한 대처로 피해 키운 주요국들

반면 그동안 세계 질서를 주도하던 미국과 유럽은 피해가 컸다. 보건업계에서는 대만, 한국과 미국, 유럽 국가들의 차이로 마스크 착용과 자가 격리에 대한 국민들의 안전 의식 등을 꼽는다. 아시아 국가들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했고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요 행사들을 취소, 심지어 개학 시기까지 늦추며 대면 접촉을 최소화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3일 코로나19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국과 유럽 도심 공원, 해변가에서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어렵잖게 목격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 매체는 "뉴욕 공원을 가득 메운 사이클 선수들과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무리들을 보면 위험한 유행병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영국에서는 지난달 23일 런던 시민들이 만원 지하철 열차에 빽빽하게 탑승한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되며 논란이 됐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인식도 달랐다. 아시아 국가는 국민들이 마스크 착용에 앞장섰지만 서구권은 마스크 착용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다 뒤늦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지난달 중순까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일반인은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했던 권고했다가 이달 3일 "모든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등 얼굴 가리개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 선진국에서 더 두드러진 사재기 현상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17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마트에 사재기로 인해 식료품 창구가 텅 비어 있다. 2020.3.18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17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마트에 사재기로 인해 식료품 창구가 텅 비어 있다. 2020.3.18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극심한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버지니아 페어팩스의 코스트코에는 수십명의 사람이 달려들어 두루마리 휴지를 싹쓸이했다. 영업시작 30분 만에 이 매장의 휴지는 동났다.

미주리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휴지를 사러 간 만삭의 임신부가 화장지 코너에서 출산하는 일도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몇 개 남지 않은 화장지를 사기 위해 애를 쓰던 중 진통을 느꼈고, 주변에 있던 간호사 등의 도움으로 매장에서 건강하게 출산했다.

한국에선 사재기 현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어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주목했을 정도다. 위기를 함께 이겨내야 한다는 공동체적 시민의식과 정부의 민주적인 대응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간 덕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여기에 한국에서 유독 잘 발달한 택배망도 사재기 예방에 한 몫했다는 평가다.

▲ 의료 체계가 각국 피해 차이 갈랐다는 분석도
한국 의료진의 드라이브 스루 진찰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 의료진의 드라이브 스루 진찰 모습 [사진=연합뉴스]
의료 체계가 차이를 갈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이탈리아 등 보편적 의료제도(NHS·국민보건서비스)를 택한 국가들에서 코로나19의 전파 속도와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박은철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달 22일 코로나19 확진자 1000명 이상 발생 국가를 대상으로 의료 시스템에 따른 확진자 수와 사망률을 집계했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4개국이 보편적 의료제도를, 한국, 독일 등 12개국이 공공 의료보험제도(NHI)를 택하고 있었다.

보편적 의료제도를 두고 있는 국가들의 코로나19 사망률은 4.89%로 의료보험 채택 국가(1.54%)의 3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 수도 보편적 의료 국가가 45.6명으로 23.4명인 의료보험 국가 평균 대비 2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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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