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장관(사진)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인 이른바 'n번방' 사건을 두고 "우리 사회에 곳곳에 침투해 있는 디지털 성착취 바이러스에 대해 무한의 책임을 갖고 무관용의 대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추 장관은 지난 10일 유튜브 '법무부TV'를 통해 "최근 'n번방' 사건으로 우리 국민들은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분노했다"며 "n번방 사건은 어느 날 느닷없이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 인식, 결핍된 성 윤리가 낳은 예견된 참사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 장관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디지털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해왔다는 점이 제 마음을 무겁게 했다"며 "되돌아보면 '김학의 사건', '장자연 사건' 등의 처리 과정에서 법 집행기관이 제 식구를 감싸는 등 잘못된 처리를 함으로써 여성을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삼고 법은 강자의 편에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실과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범죄인 n번방 사건은 예견된 참사였다고 강조한 추 장관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ICT 기술을 누리는 우리 사회의 밝은 면 뒤에 다크웹 등을 통해 성착취물을 전 세계에 제작·유통하는 진원지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은 "성폭력의 본질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을 부정하는 인권의 문제다"며 n번방 사건을 비롯한 디지털 성착취 바이러스에 무관용의 대처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인권옹호 주무부처로서 성폭력 범죄자를 엄단하는 일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올바른 성 인식을 갖고 서로 인격을 존중하며 배려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인권 교육을 통해 다시는 이런 잔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이날 취임 100일을 맞은 소회와 각오를 밝혔다. 그는 "돌이켜보면 마치 1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며 "지금까지 투명하고 공정한 법무행정을 위해 인사원칙을 바로 세우고 관행이라는 명목 아래 반복돼오던 많은 일들을 법과 원칙 그리고 인권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고 시정해왔다"고 평했다.

또 "코로나19로 국민의 안전이 위험한 상황에서 엄격한 출입국 관리와 자가격리 위반 사안에 즉각 대처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을 다해왔다"며 "앞으로도 그동안 추진해오던 법무·검찰 개혁도 중단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은 강자의 편의를 봐주는 도구가 아니라 약자를 보호하는 지팡이가 되어야 한다. 법대로 하면 불리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깨고 법대로 하면 모두가 정의롭고 공정하다는 믿음이 자리 잡는 새로운 법무행정 시대를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