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7일 오후 대전 서구 괴정고등학교에서 영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이용해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7일 오후 대전 서구 괴정고등학교에서 영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이용해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가 9일부터 순차적으로 시작하는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일선 교사들에게 "보안이 약한 영상회의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마라"는 지침을 내렸다.

8일 교육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원격수업 10대 실천수칙'을 발표했다. 10대 지침은 원활한 사용과 안전한 사용 항목으로 각각 5개씩 구성돼 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온라인 개학에 맞춰 학생과 교사들이 원할하게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우선 원활한 사용에는 △휴대폰보다 유·무선 인터넷(와이파이) 이용 △e학습터와 EBS온라인 클래스 등 학습사이트 미리 접속 △학교여건에 따라 다양한 수업시작 시간 운영 △SD(720×480)급 화질로 교육자료 제작 △수업 전날(17시 이후 권장) 교육자료 업로드 및 다운로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안전한 사용을 위한 수칙은 △영상회의 방 비밀번호 설정 및 링크 비공개 △보안이 취약한 영상회의 앱(응용로그램) 사용 자제 및 보안패치 △컴퓨터, 스마트기기, 앱 등에 보안프로그램 설치 △모르는 사람이 보낸 이메일과 문자 확인 금지 △수업 중 선생님·친구 촬영 및 해당 영상 배포 금지 등이다.

해당 지침 가운데 '보안이 취약한 영상회의 앱 사용자제'라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예상된다. 원격수업에서 자주 쓰이는 영상회의 프로그램 '줌'에서 각종 보안 취약점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원격수업·재택근무의 핵심 수단으로 떠올랐지만, 최근 해킹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이러한 문제로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스페이스X와 같은 기업들은 일찌감치 줌을 사내 회의에서 퇴출시켰다. 미국 뉴욕시도 지난 5일 줌을 원격수업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두고 교육부가 이러한 지침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영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줌, 구글 행아웃, 구르미, 네이버 라인웍스 등의 선택지를 제시했지만 시연은 대부분 줌을 활용해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지난 6일 원격수업 지원단인 '1만 커뮤니티' 출범식에서 직접 줌을 이용해 임명식을 치렀다.

교육부는 줌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일선 교사들에게 보안관련 가이드라인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또 줌 개발사인 미국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스'가 지난달부터 관련 보안패치를 내놓고 있어 문제점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기부를 통해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스에 보안 취약점 개선 등을 요구했다"며 "다른 민간 영상회의 프로그램도 보안 취약점이 있다면 사용 자제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또 '원활한 사용' 항목에서 교사들에게 수업용 동영상 자료를 EBS 온라인 클래스 또는 e학습터에 SD급 해상도로 올려둘 것을 권고했다. SD급 해상도는 텔레비전 화질인 FHD(1920×1080)급에 비해 화질이 4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EBS 온라인 클래스 등에 접속량을 늘렸지만 서버에 미칠 트래픽과 저장용량을 최대한 절감하기위한 목적"이라며 "영상을 시청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