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싸강(사이버 강의)’으로 본가에 살게 돼 오는 8월 말까지 월세만 내는 식으로 양도합니다. 내년 2월까지인 제 계약을 아예 물려받아도 좋습니다.”

지난 5일 서울대에 재학 중인 김모씨(21)는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자취방을 단기양도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김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업방식이 온라인 강의로 바뀌며 학교 근처 원룸에 월세를 내고 거주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자신이 내던 월세보다 저렴하게 받더라도 방을 빌려주려는 대학생이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대학을 다니는 지방 출신 학생들 사이에서 자취방을 ‘전대차(轉貸借)’ 매물로 내놓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많은 대학이 온라인 강의 기간을 연장하고 있어 적어도 8월까지는 하숙이나 자취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전대차는 빌린 물건을 다시 남에게 빌려주는 것을 말하는데, 부동산에서는 세입자가 다시 세를 놓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임차인은 전대인이 되고 새로 들어오는 제3자는 전차인이 된다. 서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 커뮤니티에는 김씨처럼 월세방을 다시 제3자에게 단기로 빌려주겠다는 게시물이 하루 30~40건씩 올라오고 있다.

전대차 매물의 월세는 일반 시세보다 낮은 게 일반적이다. 최근 대학가 전대차 매물은 평소 월세보다 20~30% 할인된 가격에 나온다. 한 서울대생은 스누라이프에 “월세를 38만원 내고 있는데 이를 10만원 싼 28만원에 내놓겠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도 전대차 계약을 맺겠다는 사람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유예린 씨(23)는 “방을 양도하겠다는 글을 올렸지만 문의가 오지 않아 기존 월세 60만원에서 20만원을 낮춰 다시 내놨다”고 말했다.

서울 신림동 H공인의 오재호 대표는 “전차인을 찾다가 구해지지 않자 동거인을 구하는 등 어떻게든 월세 부담을 덜려는 대학생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대차 계약 시 집주인과 반드시 사전 합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는 “임차인이 집주인과 합의 없이 전대를 할 경우 집주인이 계약을 해지하고 퇴거를 요구할 수 있다”며 “전차인과도 서면으로 계약을 해 차후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