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입은 돈으로 결정될 거예요.

사교육 없이 학교 수업에 의존했던 애들은 한 달을 통째로 날렸네요.

"
지난 2일 오전 11시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수험 서적을 들고 바삐 움직이거나 수업을 마치고 학원을 빠져나온 학생들로 붐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다름없었다.

정부의 휴원 권고에도 손 소독제만 비치한 채 수업을 강행하는 학원들이 많이 보였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일일브리핑'에 따르면 5천269곳인 강남·서초 지역 학원 및 교습소의 휴원율은 14.25%(751곳)에 그쳤다.

[인턴액티브] 밀린 개학에도 대치동 학원가는 '북적'…교육격차 줄이려면
2일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이모군(15)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과 다름없이 영어·수학 학원을 매일 가고 있다"며 "수학 학원 시간이 5시간에서 4시간으로 한 시간 남짓 줄어든 것뿐"이라고 말했다.

한 영어학원 관계자는 "현재는 원칙적으로 휴원 중이지만 학부모가 현장 수업을 받고 싶다고 요청하면 일대일로 마스크를 낀 채 학생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 강의는 멈췄지만 학생들의 학업 공백을 막기 위해 종전 학원 수업 시간에 맞춰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같은 날 만난 모모양(18)은 "학원에 등원하는 것처럼 수업 시간이 되면 그룹형 SNS '밴드'에 접속해 선생님이 올린 라이브 강의를 본다"며 "모르는 게 있으면 실시간 채팅으로 질문하면 된다.

선생님이 보충 수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따로 불러서 지도해준다"고 말했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된 김모군도 영어 학원이 제공하는 온라인 강의를 하루 5시간가량 듣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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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경제적인 여건 등을 이유로 공교육에 의존하던 가정은 개학 연기에 따른 학습권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공립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현직교사 김모(31)씨는 2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코로나19 이전에도 사교육을 받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학업 격차가 심했다"며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원에 다니는 학생은 선행 학습을 할 수 있지만 학교 수업에만 의지하는 학생은 공부나 생활패턴 자체가 엉망이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교육부가 초·중·고등학교 개학을 거듭 연기하면서 학원이나 개별 과외를 통해 선행 학습을 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에 교육 격차가 심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 황은숙 회장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의 자녀는 학원이라는 대안이 있지만 한부모 가정이나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가정의) 아이들은 방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등 방치돼있어 학습 지연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한부모 가정 모임을 나갈 때 어머니가 초등학생과 고3 자녀를 같이 데리고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학교를 대체할 만한 학원이나 교육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개학 연기에 따른 학습 공백을 느낀다고 했다.

전라북도 김제에 사는 박모군(19)은 지난달 31일 전화통화에서 "김제에는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독서실이 두 곳밖에 없는데 한 곳이 코로나19 때문에 닫아서 친구들이 혼란스러워한다"며 "몇 곳 안 되는 학원도 문을 닫고 학교에 나가 자습도 할 수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습 격차를 메우려면 학교 수업에 기반해 성적을 평가할 수 있도록 당국이 지침을 마련하고 취약 계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홍민정 대표는 "개학이 미뤄진 상황에서 중간고사를 보게 될 텐데 아무래도 학원에 다니면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더 성적이 높을 것"이라며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친 부분에서만 성적을 평가할 수 있도록 교육부에서 시험 범위나 기간을 조정해 일선 학교에 권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등교육실현 전국학부모회 박은경 상임대표는 "공교육이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이니 맞벌이 부부나 한부모 가정 등은 최대한 빨리 유급 휴가를 받을 수 있게 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