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도 드라이브스루(DT) 서비스가 도입됐다. 서비스가 시행된 지 닷새째인 지난 30일, 기자도 내비게이션에 '노량진 수산시장'을 입력하고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봤다.내비게이션에 도착지를 입력하며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다. DT판매 부스는 '남1문'에 위치하지만, 내비게이션에 '남1문'은 검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전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상호명을 도착지로 입력했다가 내비게이션이 주차장이 아닌 도보 문 앞으로 안내해 준 경험을 말이다.이런 경우 주차장 입구를 찾기 위해 건물 주변을 몇 바퀴 돌며 시간을 허비하는 사례도 자주 발생한다. 특히 노량진수산시장은 기존에 DT 매장을 운영했던 곳이 아니므로 장소 안내가 미흡하게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컸다.시장 건물 주변을 두세 바퀴 더 돌 각오로 출발했지만, 이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내비게이션은 노량진수산시장 주차장까지 정확하게 안내해줬고, 주차장 입구에는 '드라이브스루'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안내판만 잘 따라가면 전혀 헤맬 일 없이 부스까지 잘 도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던 셈이다.부스에 도착하자 직원이 메뉴판을 들이밀었다. 메뉴는 광어, 도미, 숭어, 연어로 구성된 모둠회 하나뿐이다. 대·중·소 사이즈별 가격은 각각 4만9000원, 3만9000원, 2만9000원이다. 노량진수산시장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맞게 음식을 고른 뒤 빠르게 자리를 뜰 수 있도록 가장 대중적인 메뉴를 선정해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노량진수산시장 판매중개 앱 '싱싱이'를 이용하면 다른 메뉴도 구매할 수 있다. 앱을 통해 가게와 메뉴, 수령예정 시각을 선택하면 모둠회 외에 킹크랩, 새우 등 다른 메뉴도 구매할 수 있다. 가게 직원이 수령 예정 시각에 맞춰 수산물을 DT부스로 가져다주며, 결제는 현장에서 이뤄진다. 단 DT서비스 이용시간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므로 이 시간에 맞춰 수령 예정 시간을 입력해야 한다.모둠회를 구매하면 초고추장과 간장은 함께 주지만, 채소는 마트에서 따로 구입해야 한다. 부스 직원은 회를 판매한 업체의 명함도 함께 건네준다. 품질에 문제가 있을 경우 해당 업체에 문의할 수 있고, 음식이 마음에 든다면 다음번에 또 방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노량진수산시장 측은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발 빠르게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먼 곳에서 온 소비자들이 아이스팩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아이스팩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채소를 같이 판매해달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채소는 부피가 커 DT부스에서 판매하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이 시장 측의 입장이다.시장의 특성상 기자가 방문한 월요일 낮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주말에는 인기가 많아 긴 줄이 늘어졌다고 한다. 지난 28~29일 주말 이틀간 DT서비스를 통해 판매된 회는 600그릇 이상이며, 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2600만원 이상이라고 시장 관계자는 전했다.노량진수산시장 관계자는 "주말 동안에 실적이 잘 나와서 상인들의 반응도 좋다"면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반응이 좋을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DT 서비스가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란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소비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자동차에서 주문한 음식을 받아 가는 ‘드라이브 스루’는 패스트푸드와 커피숍에 이어 횟집과 호텔 레스토랑으로 범위를 넓혔다. 대면 거래 중심의 중고 시장에선 편의점 택배 활용이 크게 늘었다. 온라인 쇼핑은 패션에서 식품으로, 이제는 고가의 명품과 가구 시장까지 확산됐다.롯데호텔, 드라이브 스루 첫 도입변화가 더딘 호텔도 이런 트렌드를 외면하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 텅 빈 호텔로 사람들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내놨다.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본점은 19일부터 일식당 ‘모모야마’, 베이커리 ‘델리카한스’ 상품을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모모야마는 인기 메뉴를 모아 도시락 형태로 담아준다. 바닷가재, 장어 등 고급 식재료가 담긴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10만원 안팎이다. 델리카한스는 뷔페 레스토랑 ‘라세느’의 양갈비와 랍스터 등을 빵과 함께 싸준다. 단팥빵, 스콘, 크루아상 등의 베이커리 상품과 음료가 함께 있는 세트 메뉴도 판매한다. 모모야마는 음식 찾기 최소 두 시간 전, 델리카한스는 네 시간 전까지 온라인 혹은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예약 시 음식 픽업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호텔 1층에 있는 ‘드라이브 스루 픽업 존’에 차를 대면 직원이 나와 음식을 건네준다.롯데호텔에 앞서 경북 포항시와 이 지역 어민들은 드라이브 스루 형태로 회를 판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업 양식장이 많은 포항은 활어회 소비가 급감하자 이 같은 아이디어를 냈다. 업계에서는 “드라이브 스루가 한국에 들어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호텔들은 객실 판매에도 언택트 트렌드를 반영했다. 호텔방 안에서만 온종일을 보낼 수 있는 각종 ‘방콕 패키지’를 쏟아내고 있다. 그랜드하얏트서울, 워커힐호텔 등은 조식을 방 안으로 가져다 주는 패키지 상품을 판매 중이다.중고 거래는 편의점 택배로언택트 소비는 중고 거래 시장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중고 거래는 지하철역 출구에서 만나 돈과 물건을 교환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었다. 기업에 비해 판매자 신용이 낮기 때문에 얼굴을 보면서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요즘엔 택배 거래를 많이 한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근거리 편의점 택배가 많이 이용된다.편의점 GS25에선 이달 들어 18일까지 택배 이용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1% 늘었다. 특히 무게가 적게 나가고 근거리 배송을 하는 ‘반값 택배’ 이용은 이 기간 76%나 급증했다. 반값 택배는 상품 배송 가격이 2600원부터 시작한다.GS25 측은 반값 택배 이용 급증의 주된 이유를 중고 거래에서 찾는다. GS25 관계자는 “무게가 가볍고 부피가 작은 태블릿PC, 책, 신발 등을 중고 거래하는 소비자들이 편의점 택배를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에선 상품 거래 시 편의점 택배를 통한 거래를 희망한다는 글이 최근 부쩍 늘었다.바이러스에 민감한 병원에선 무인택배함이 인기다. 이베이코리아가 병원에 설치한 무인택배함 ‘스마일박스’의 이달 2~15일 이용률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7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일박스는 강남세브란스, 신촌세브란스, 이대서울병원 등에 설치돼 있다.700만원 가구도 온라인 구매온라인 쇼핑 시장에선 고가의 명품과 가구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은 과거 책에서 의류, 가전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식품 판매가 급증했다. 마켓컬리 쿠팡 쓱닷컴 등에 주문이 몰렸다. 한 번도 온라인으로 식품을 구매하지 않았던 50~60대 중장년 이용이 크게 늘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요즘은 명품 구매도 온라인에서 많이 한다.명품 쇼핑몰 ‘트렌비’가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상품 주문량을 분석해 봤더니,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8%나 급증했다. 월간 순이용자 수(MAU)는 379%, 거래액은 123% 늘었다. 2017년 설립된 트렌비는 지난해 거래액 451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선 월간 거래액이 70억원 수준까지 올랐다.신세계백화점 온라인몰에선 침대 매출이 급증했다. 지난달 온라인 침대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7.7%나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가구는 원래 온라인에서 잘 안 팔리는데, 최근 들어선 7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침대도 온라인에서 팔렸다”고 전했다.안재광/오현우 기자 ahnjk@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외식·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승차 구매)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스타벅스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2월 '드라이브 스루(DT)' 매장을 통한 주문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 증가했다. 전국에 250개 이상의 DT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맥도날드도 DT 플랫폼인 '맥드라이브'의 최근 3주간 매출이 이전보다 20% 증가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들이 주문 시 언택트(untact) 즉, 비접촉을 선호하면서 직원과 대면하는 시간이 짧은 DT주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DT 매장은 외식·프랜차이즈 업계뿐만 아니라 대형 유통가로도 손을 뻗고 있다.롯데백화점 울산점과 광주점은 지난 17일 온라인을 통해 주문한 물건을 승차한 상태로 매장 주차장에서 수령하는 '드라이브 픽' 서비스를 선보였다. 모바일 앱이나 PC로 상품을 주문해 결제한 뒤, 수령 가능한 날짜와 시간을 선택하고 매장 내 '드라이브 앤 픽 데스크'를 방문해 상품을 가져가면 된다.롯데백화점 측은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경우 현재 울산점과 광주점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이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롯데마트 중계점은 백화점보다 앞서 2015년부터 드라이브 픽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중계점의 지난해 드라이브 픽 서비스 이용률은 3년 전과 비교해 10%가량 늘어나는 등 소기의 성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중계점 리모델링 관계로 이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DT 서비스가 외식·프랜차이즈 업계는 물론 유통업계로도 꾸준히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DT서비스는 기존의 매장에 정차할 공간만 추가하면 되므로 효율성과 수익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자들이 DT서비스에 익숙해졌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하지만 국내 지리 조건을 고려하면 DT 매장을 운영하는데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처음 생긴 DT서비스는 자가용이 많고 땅이 넓어 매장으로 이동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환경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서울은 워낙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다 보니 DT매장이 들어서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자동차가 정차할만한 일정한 평수의 부지를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장 인근 도로교통에 방해를 주지 않도록 매장을 운영해야 한다"라면서 "단기적으로는 지방이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DT 매장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