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서 출발 팀장까지 딱 10년…고속 승진 비결은 '우회전략'
지난 2월 17일 쿠팡 피플 애널리틱스 팀 리더로 새롭게 발령받은 김민석 씨(38·사진)의 이력은 이렇다. 그는 대학(한국외국어대·델라웨어주립대 경영학과) 졸업 후 외국계 인사(HR)컨설팅 회사 에이온휴잇에서 인턴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때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

김씨는 “임금이 낮다 보니 지원 경쟁률도 낮았다”며 “특별한 직무경험이 없었지만 열정 하나로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4년의 경력을 쌓은 뒤 이직한 직장은 삼성서울병원. 이전 직장의 HR컨설턴트 경력을 인정받아 미래혁신센터 전략기획팀으로 발령받았다. 삼성서울병원에서 2년간 근무한 뒤 다시 삼성물산 인사팀으로 옮겼다. 삼성물산(3년)과 SK이노베이션(1년) 인사팀에서 경력을 쌓은 김씨는 다섯 번째 직장인 쿠팡 팀 리더로 이직하게 됐다. 인턴에서 팀장이 되기까지 딱 10년이 걸렸다. 국내 대기업 공채 입사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김씨는 “첫 직장에서 인사 관련 직무 경험을 쌓았던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틈나면 20대 대학생들을 만나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으려 하지 말고 자신처럼 ‘우회전략’을 짜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자신도 다시 20대로 돌아가 국내 대기업에 지원한다면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김씨가 말하는 ‘우회전략’은 국내에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입사해 관련 직무 경험을 쌓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소규모 인력을 선발하기 때문에 입사경쟁률이 낮을 뿐 아니라 특정 직무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삼성으로 이직할 수 있었던 것은 에이온휴잇에서의 HR 경험 때문이었다”며 “계약서 서명 후 ‘사이닝 보너스(입사축하금)’를 받을 정도로 직무 전문성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삼성, SK 등 국내 대기업 인사팀에서 일하면서 조기 퇴사자를 많이 봤다고 했다. 그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이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고, 이를 위한 전문성을 쌓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고민하는 것이 공채 합격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씨는 “고민 없이 입사를 한다면 주도적인 경력 개발이 어려울 뿐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사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100세를 사는 시대가 되면서 직장도 3~4곳을 거치는 세상이 됐다. 대기업에 들어가 평생 일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자신만의 직무전문성으로 일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는 “공채 시즌을 앞둔 구직자들이 회사를 보기에 앞서 자신에 대해 한번 깊이 생각할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