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2년 만에 참석 "특별법 개정 더딘 발걸음 마음 무거워"
증조부 유해발굴 김대호군 유족사연 낭독…코로나 여파 최소인원 참석
72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코로나에 축소됐지만 엄숙 거행
제72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3일 제주평화공원에서 국가 추념식으로 거행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역대 최소 규모로 진행됐으나 추모 열기만은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한 이번 추념식에는 4·3 생존 희생자와 유족, 도민, 여야 지도부와 각계 인사 등 150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3 추념식에 참석한 이후 2년 만인 올해 추념식에 참석해 4·3 영령을 추모했다.

72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코로나에 축소됐지만 엄숙 거행
이날 추념식 공식 행사는 오전 10시 제주 전역에 1분간 묵념 사이렌이 울린 뒤 시작됐다.

첫 순서로 생존 희생자 및 유족들이 겪은 고통과 해원을 위해 제주4·3특별법 개정 등의 염원을 담은 오프닝 영상이 상영됐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헌화·분양했다.

또 참석자들은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를 제창했다.

참석자들이 애국가를 부르는 동안 행방불명인 표석, 너븐숭이 4·3기념관, 곤을동 잃어버린 마을 등을 편집한 영상이 방영됐다.

순국선열·호국영령 및 4·3영령에 대한 묵념이 진행됐으며 송승문 제주4·3유족회 회장은 김수열 시인의 묵념사를 낭독했다.

이어 경과보고,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등에 대한 영상이 상영됐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의 기반이 되는 배상과 보상 문제를 포함한 '4·3특별법 개정'이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며 "법에 의한 배·보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딘 발걸음에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4·3생존 수형인들이 4·3 군사재판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제기한 재심재판과 형사보상 재판에서 모두 승소한 후 지난 1년 사이 숨을 거둔 고(故) 현창용, 김경인, 김순화, 송석진 씨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했다.

문 대통령은 제주4·3 희생자 및 유족 추가 인정에 대해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신고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하겠으며 희생자들의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유해발굴과 유전자 감식에 대한 지원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올 4월부터 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4·3트라우마센터'를 국립 트라우마센터로 승격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슬픔을 잊자고 말하지 않겠다.

정부는 제주도민과 유가족, 국민과 함께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겠다"고 강조했다.

72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코로나에 축소됐지만 엄숙 거행
제72주년 추념식 유족 사연은 김대호(15·제주 아라중 2)군이 낭독했다.

김대호 군은 지난 1월 22일 4·3평화재단이 연 '발굴 유해 신원 확인 보고회' 당시 발굴된 고(故) 양지홍 희생자의 증손자다.

김 군은 할머니인 양춘자 여사가 겪은 고된 삶과 미래세대로서 4·3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증조할아버지께 드리는 편지글로 전해줬다.

김 군의 낭독이 이어지는 동안 양 여사 등 일부 참석자들이 아픈 눈물을 쏟아냈다.

행사 마지막으로 추모 공연과 클로징 영상이 상영됐다.

제주4·3을 상징하는 노래인 '잠들지 않는 남도'는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영상과 함께 불렀다.

이번 추념식에는 경찰 의장대가 처음으로 참석해 화해와 상생의 의미를 담아 헌화·분향 등의 행사를 지원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코로나19 여파로 참석하지 못한 추모객들을 위해 사이버 참배관(https://jeju43peace.or.kr/kor/memorial/list.do)을 운영하고 있다.

또 제주도는 온라인 추모관(http://www.jeju.go.kr/group/part4/remembrance.htm)을 열었다
재단 사이버 참배관에는 현재까지 400건이 넘는 추모글이 올라왔으며, 도의 온라인 추모관에도 300건의 추모글이 게시됐다.

코로나19 여파로 고령 유족 등이 참석을 자제해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에서 추념식이 진행됐다.

참석자 전원은 질병관리본부 지침을 준수하도록 안내받고 일정 간격의 거리를 두고 앉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