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방송국 휴관, 곳곳에 휴업 안내문…"노랫말처럼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두 달 매출 '29만9천원'…관광객 발길 끊긴 대구 '김광석길'
신용카드 판매 건수 27건, 매출액 29만9천원.
대구 중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서 기념품 판매 가게를 운영하는 윤종호(61) 씨가 올해 2월 1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두 달 동안 올린 매출액이다.

윤씨는 1일 이 기간 매출 집계표를 기자에게 보여준 뒤 "한 달 전기요금이 28만∼29만원 나오고 월세는 150만원에 이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3월에는 가게 문을 열지 않았다고 했다.

윤씨는 "지난달 22일 가게를 청소하려고 잠깐 나왔을 때 한 할머니와 아이가 들어와 9천원짜리 상품을 산 게 전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비교적 손님이 적은 겨울철에도 월 400만∼500만원 매출을 올렸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이 뚝 끊겼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버텨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두 달 매출 '29만9천원'…관광객 발길 끊긴 대구 '김광석길'
대구의 대표적 관광 명소로 꼽히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도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해 가지 못했다.

'김광석길'은 2017년과 2018년 한국 관광 100선에 잇달아 이름을 올렸을 만큼 '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다.

2017년에는 150만여명이 다녀갔다.

'영원한 가객'을 추모하는 벽화와 조각품 등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 대구 시민은 물론 외지 관광객 발길이 잇따랐다.

하지만 올해는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긴 채 상인들의 한숨 섞인 목소리만 가득하다.

2월 18일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온 뒤 신천지교회와 요양병원 등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문을 닫는 가게가 속출했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두 달 매출 '29만9천원'…관광객 발길 끊긴 대구 '김광석길'
카페와 옷가게를 운영하는 A(56)씨는 "2월 하순부터 지난주까지 휴업했다가 이번 주초에 다시 문을 열었는데 손님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 일대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카페도 오전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손님이 없는 것은 평일이나 주말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날 점심 시간대 이곳을 찾은 사람은 20여명도 채 안 됐다.

두 달 매출 '29만9천원'…관광객 발길 끊긴 대구 '김광석길'
이따금 오가는 이들도 대부분 주민이라는 게 상인들 설명이다.

잠시 길을 걸으니 거리를 짓누르는 적막을 깨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김광석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김광석을 소재로 한 조각품이나 벽화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관광객 신청을 받아 음악을 틀어주던 골목방송국에는 '방문객의 코로나19 사전 예방을 위해 휴관한다'는 중구청 안내문이 보였다.

두 달 매출 '29만9천원'…관광객 발길 끊긴 대구 '김광석길'
인근 가게 창문에는 '코로나19로 당분간 주말 영업만 합니다.

건강 유의하세요'라는 손글씨 안내문이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한 커피숍 직원은 "단골손님들은 꾸준히 찾아오지만, 외지 관광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광석 콘서트홀 운영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두 중단됐다.

두 달 매출 '29만9천원'…관광객 발길 끊긴 대구 '김광석길'
콘서트홀은 270석 규모다.

콘서트홀 관리인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몇몇 팀이 이용 신청을 취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핫도그 가게 직원 B(28)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30만∼40만원어치를 팔았는데 지금은 적을 때는 5만∼7만원, 많아야 10만∼20만원이다"고 말했다.

B씨는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라는 김광석 노랫말처럼 대한민국이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바란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두 달 매출 '29만9천원'…관광객 발길 끊긴 대구 '김광석길'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방천시장 상인회와 중구청이 방천시장 문전성시 사업의 하나로 2010년부터 수성교 인근 350m 거리에 조성한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