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매출 '29만9천원'…관광객 발길 끊긴 대구 '김광석길'
대구 중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서 기념품 판매 가게를 운영하는 윤종호(61) 씨가 올해 2월 1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두 달 동안 올린 매출액이다.
윤씨는 1일 이 기간 매출 집계표를 기자에게 보여준 뒤 "한 달 전기요금이 28만∼29만원 나오고 월세는 150만원에 이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3월에는 가게 문을 열지 않았다고 했다.
윤씨는 "지난달 22일 가게를 청소하려고 잠깐 나왔을 때 한 할머니와 아이가 들어와 9천원짜리 상품을 산 게 전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비교적 손님이 적은 겨울철에도 월 400만∼500만원 매출을 올렸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이 뚝 끊겼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버텨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대구의 대표적 관광 명소로 꼽히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도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해 가지 못했다.
'김광석길'은 2017년과 2018년 한국 관광 100선에 잇달아 이름을 올렸을 만큼 '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다.
2017년에는 150만여명이 다녀갔다.
'영원한 가객'을 추모하는 벽화와 조각품 등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 대구 시민은 물론 외지 관광객 발길이 잇따랐다.
하지만 올해는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긴 채 상인들의 한숨 섞인 목소리만 가득하다.
2월 18일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온 뒤 신천지교회와 요양병원 등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문을 닫는 가게가 속출했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카페와 옷가게를 운영하는 A(56)씨는 "2월 하순부터 지난주까지 휴업했다가 이번 주초에 다시 문을 열었는데 손님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 일대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카페도 오전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손님이 없는 것은 평일이나 주말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날 점심 시간대 이곳을 찾은 사람은 20여명도 채 안 됐다.
이따금 오가는 이들도 대부분 주민이라는 게 상인들 설명이다.
잠시 길을 걸으니 거리를 짓누르는 적막을 깨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김광석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김광석을 소재로 한 조각품이나 벽화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관광객 신청을 받아 음악을 틀어주던 골목방송국에는 '방문객의 코로나19 사전 예방을 위해 휴관한다'는 중구청 안내문이 보였다.
인근 가게 창문에는 '코로나19로 당분간 주말 영업만 합니다.
건강 유의하세요'라는 손글씨 안내문이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한 커피숍 직원은 "단골손님들은 꾸준히 찾아오지만, 외지 관광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광석 콘서트홀 운영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두 중단됐다.
콘서트홀은 270석 규모다.
콘서트홀 관리인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몇몇 팀이 이용 신청을 취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핫도그 가게 직원 B(28)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30만∼40만원어치를 팔았는데 지금은 적을 때는 5만∼7만원, 많아야 10만∼20만원이다"고 말했다.
B씨는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라는 김광석 노랫말처럼 대한민국이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바란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방천시장 상인회와 중구청이 방천시장 문전성시 사업의 하나로 2010년부터 수성교 인근 350m 거리에 조성한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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