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 결과…내년 세계고고학대회서도 발표
"신라인, 월성 주변서 곰 해체해 가죽 얻고 뼈 버렸다"

신라 왕성인 경주 월성(月城) 해자에서 발견된 곰뼈는 신라인들이 월성 주변 공방에서 곰을 해체해 가죽을 확보하고 난 뒤 폐기한 유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특별연구원은 1일 "고대 곰 출토 사례와 문헌에서 곰을 활용한 양상을 살펴보면 곰 가죽을 이용한 경우가 있고, 월성 주변에서 구덩이·제철 관련 흔적이 확인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중앙문화재연구원이 펴내는 학술지 '중앙고고연구' 최신호에 실린 논문에서 월성 해자 속 동물 유체 출토 양상, 월성 유적 속 곰 이용 형태를 논했다.

월성 해자에서는 수많은 동물 뼈가 발굴됐는데, 대다수는 돼지·소·말·개 같은 가축이었다.

야생동물로는 사슴과 곰 유체가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월성 곰뼈 13점을 분석해 "곰뼈와 같은 층에서 나온 토기와 씨앗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를 보면 시기는 5∼6세기로 추정된다"며 "홋카이도 불곰을 관찰한 소견을 검토했을 때 월성 곰은 반달가슴곰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신라인, 월성 주변서 곰 해체해 가죽 얻고 뼈 버렸다"

그는 곰뼈 대부분이 앞다리와 발목 관절 부위라고 설명했다.

앞다리에서 발까지 이어지는 요골은 5점, 발꿈치뼈인 종골은 3점이 각각 나왔다.

김 연구원은 고기를 얻으려고 했다면 위팔뼈라고 할 수 있는 상완골이나 넓적다리뼈인 대퇴골이 많이 보여야 하지만, 월성에서 드러난 뼈는 고기가 적은 부위를 제거하고 사용하기 힘든 부위를 먼저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아래턱뼈인 하악골을 보면 안에서 밖으로 향한 해체 흔적이 있고, 종골과 요골에서는 개가 이빨로 문 듯한 흔적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김 연구원은 "곰을 해체한 이후 즉각적으로 폐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곰을 개 먹이로 줬다면 의례용은 아니라고 판단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신라인이 곰을 해체한 목적은 고기나 의례가 아닌 가죽 확보에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김 연구원은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국사기'를 제시했다.

삼국사기에는 "제감화(弟監花), 곰의 뺨가죽으로 만드는데, 길이는 8치 5푼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또 군사감화(軍師監花), 대장척당주화(大匠尺幢主花)는 각각 곰 가슴가죽, 곰 팔가죽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그는 곰 가죽을 삼국사기 기술처럼 장군 깃발에 사용했다면 가죽 제작과 활용에 왕궁이 관여해 전문적 공인 집단이 해체와 가죽 제품 생산을 맡았을 확률이 높다면서 월성 주변에서 확인되는 공방터 추정 유구(遺構·건물의 자취)가 작업이 이뤄진 흔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월성 주변에서는 왕실 지배층을 위한 제품이 소량 생산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라인, 월성 주변서 곰 해체해 가죽 얻고 뼈 버렸다"

연구소는 동물 유체를 비롯해 식물 씨앗과 열매 등 월성에서 나온 유물로 옛 환경을 추정한 연구 결과를 오는 9월 국내 학술대회에서 소개한 뒤 내년 7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세계고고학대회에서도 발표한다.

4년마다 개최되는 고고학 분야 최고 국제 학술포럼인 세계고고학대회는 본래 올여름 막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1년 연기됐다.

2017년부터 고환경연구팀을 운영한 연구소는 '동아시아 고대 복합사회의 환경 고고학' 부문에 참가해 5세기 신라 왕궁을 둘러싼 숲에 관한 고환경 연구 성과와 복원 청사진을 공개한다.

한편 월성에서는 신라시대 씨앗과 열매 70여 종이 나왔다.

그중 5세기 오동나무와 피마자 씨앗은 고대 유적에서는 처음 발견됐다고 알려졌다.

오동나무는 자생종으로 짐작되고, 피마자는 외래종으로 판단된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신라인, 월성 주변서 곰 해체해 가죽 얻고 뼈 버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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