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업 연장· 온라인 개학 발표에 가정마다 돌봄 피로감 호소
'주는 대로 먹는다' 코로나 생활수칙도 등장…가족 간 갈등도 표출

"이러다가 아이도 부모도 모두 쓰러지겠어요.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국 유치원·어린이집 및 초·중·고교의 개학이 3차례 연기된 데 이어 31일 '4월 6일' 개학도 재차 연기되자 가정마다 자녀 돌봄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교육부 방침에 따라 전국 학교의 개학일은 다음 달 9일로 연기됐다.

그것도 감염병 확산 우려로 9일부터 바로 등교하지 않고 고3 및 중3부터 단계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이번 조처에 공감하면서도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고 학습지도까지 해야 하는 현실에 막막해했다.

'연차·조부모 찬스' 바닥난 맞벌이…가사 무한반복 주부도 한계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연차는 바닥난 지 오래됐고, 육아와 병행하는 재택근무는 효율성이 떨어져 장기적 대안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나마 아이 조부모님 '찬스'로 하루하루 버텨왔는데, 개학 연기 기간이 한 달 이상 길어지면서 온 가족이 한계에 부딪혔다.

7살, 5살 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 A(39)씨는 그동안 장모에게 자녀를 맡겨왔다.

개학 연기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조부모님의 부담이 커졌고 결국 장모가 몸살이 나기까지 했다.

부부가 번갈아 쓴 휴가마저 모두 소진돼 얼마 전 자녀를 다시 처가에 보내 도움을 받고 있지만, 저녁마다 영상 통화하며 온 가족이 울음바다가 되는 날이 되풀이되고 있다.

직장인 B(35)씨는 격주로 시댁과 친정에 10살 딸과 5살 아들을 보내고 있다.

B씨는 "딸 아이도 집에만 있으니 짜증을 내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 백신이 만들어져야지, 이러다가는 아이도 부모도 모두 쓰러지겠다"고 말했다.

맞벌이가 아닌 가정 상황도 녹록지 않다.

적지 않은 가정이 코로나19가 발생한 2월 중순부터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고 자발적으로 어린이집 및 유치원을 보내지 않으며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왔던 터라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연차·조부모 찬스' 바닥난 맞벌이…가사 무한반복 주부도 한계
온라인 맘카페에는 '학교도 못 보내니 내내 집에 갇혀서 살림만 하고 아이는 칭얼대고 가출하고 싶다'라거나 '살림과 애 수발의 무한 반복인데 혼자 며칠만이라도 자유롭게 있고 싶다'는 하소연이 하루가 멀다고 올라온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엄마들의 공감을 사면서 인기리에 공유되고 있는 '코로나 방학 생활 규칙'이 힘든 가정 형편을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1. 주는 대로 먹는다.

2. 유튜브 끄라고 하면 당장 끈다.

3. 사용한 물건 즉시 제자리로 4. 한번 말하면 바로 움직인다.

5. 어머니에게 쓸데없이 말 걸지 않는다'고 정리된 '코로나 방학 생활 규칙'이란 한장의 사진에 네티즌들은 '엄마도 지친다', '모두 완전히 공감된다'며 위안으로 삼고 있다.

이 규칙을 작성한 학부모는 연합뉴스와의 문자 인터뷰에서 "아이 4명을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에도 불구하고 집안일하고 아이들은 돌봐야 했다"며 "가정이 무너지지 않아야 했기에 이 규칙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연차·조부모 찬스' 바닥난 맞벌이…가사 무한반복 주부도 한계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여가면서 가족 구성원 간 갈등도 표출되고 있다.

경기 안양에서 중3 자녀를 둔 직장인 C씨는 "정오가 지나서야 일어나고 온종일 게임만 하는 아들을 보면 화나고 답답하다"며 "우리 아이가 문제아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중학생인데 밖에도 못 나가고 친구도 못 만나니 점점 '폐인'이 돼가고 있다"고 했다.

C씨는 "1∼2주씩 찔끔찔끔 개학 연기하니 부모도 자녀도 아무런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며 "서로 답답하고 짜증 나니 싸움만 잦아진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자녀를 둔 D(39)씨는 "아이들 생활 지도도 어렵고, 자녀를 봐주는 시어머니 눈치는 눈치대로 봐야 해서 심란하다"며 "감염 확산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당장 개학을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일상이 너무 그립다"고 말했다.

(손상원 최은지 조성민 이영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