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이 특정되지 않는 정수기 수리기사에게도 주휴수당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김용두)는 A씨 등 퇴직한 정수기 수리기사 8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총 1억78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정수기 설치·점검 업무를 맡은 A씨 등은 앞선 소송을 통해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은 뒤 그간의 주휴수당과 연차휴가수당, 휴일수당 등을 달라며 재차 소송을 냈다. 회사 측은 A씨 출퇴근 시간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아 근로시간과 통상임금을 산정할 수 없으며 이에 맞춘 수당도 지급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이 고객 방문시간에 맞추기 위해 대체로 오전 8시30분 이전에 출근했고, 평균 업무량을 맞추려면 오후 4시 이후 퇴근했으리라는 점을 근거로 하루 8시간을 일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주휴수당과 연차수당 등을 산정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 등의 소송을 대리한 이충윤 법무법인 해율 변호사는 “정식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이들도 근로자성만 인정되면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을 모두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