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부 숙박시설 자발적으로 자가격리자 수용…일반인 안 받고 숙박비 낮춰
자가격리자 위해 문 열어준 숙소들…"돈 못벌어도 할일 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하거나 의심 증상, 해외에서 입국 등 이유로 자가격리 대상자가 늘어 이들을 수용할 시설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자진해서 이들을 수용하겠다는 숙박시설이 나타나고 있다.

31일 숙박업계에 따르면 게스트하우스 창업·컨설팅 스타트업 '숙소발전소'가 운영하는 서울시내 한 게스트하우스는 내달 1일부터 일반인 대상 영업을 중단하고, 약 3주간 입국에 따른 코로나19 자가격리자만 수용하기로 했다.

내달 1일부터 이 숙소에는 미국과 유럽, 인도 등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한국인 11명이 차례로 투숙할 예정이다.

이들은 대부분 외국으로 유학 갔다가 귀국하는 한국인 유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가격리자들은 화장실이 구비된 객실을 혼자 사용하며, 하루 숙박비는 4만원 수준이다.

다인실은 하루 숙박비가 7만원까지 나가지만 숙소 운영을 위한 최소 비용만 받기로 했다고 한다.

음식은 배달을 통해 비대면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김은총(34) 숙소발전소 대표는 "귀국 후 한국에서 자가격리해야 하는데 숙소 물색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돈은 못 벌더라도 할 일은 하자'는 생각에 자진해서 보건소 측에 임시 자가격리 시설로 운영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자가격리 시설로 운영하겠다고 공지한 이후 문의전화가 매우 많이 왔지만 공간 제약 문제로 11명밖에 받을 수 없었다"며 "투숙객에게는 투숙 후 객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쓰게 하고, 투숙객들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매뉴얼을 만들어 실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가격리자 위해 문 열어준 숙소들…"돈 못벌어도 할일 해야"
중구에 있는 한 호텔도 자가격리자들에게 문을 열기로 했다.

이 호텔은 최근 방문객 감소로 휴업 상태였는데, 구청·보건소에 협조해 자가격리자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130여개 객실을 확보했다.

호텔에 따르면 평소 숙박비는 20만원대이지만 상황을 고려해 6만원까지 낮췄다.

호텔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최소 인원만 근무하고, 체크인 등은 무인으로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호텔 지배인은 "직원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 등을 고려하면 계속 휴업하는 것이 영업 측면에서 이익이지만 시설이 부족해 자가격리자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뉴스를 보고 보건소에 먼저 제안했다"며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 중 국내 거주지가 없거나 가족과 지내기 불안한 분들이 투숙 중"이라고 말했다.

지배인은 "코로나19 자가격리자를 수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이후 호텔 이용객들이 불안해하진 않을까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조금이나마 사태 해결에 기여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영업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이 호텔에는 미국과 영국에서 온 한국인, 프랑스·태국 국적 외국인 등 5명이 투숙 중이다.

이들 숙박시설은 투숙객과 접촉을 최소화하고 투숙객 상태를 매일 확인할 방침이지만, 혹시라도 확진자가 발생할 상황도 대비하고 있다.

숙소발전소 김 대표는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접촉자가 없고 외부 출입도 없다면 시설을 전체 폐쇄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을 들었다"며 "자가격리자의 외부활동을 엄격히 통제하고, 소독·방역에도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측도 "고객 전용 엘리베이터를 운영하며 직원들과 접촉을 줄이고, 방호복과 고글 등 방역도구를 준비해둔 상태"라며 "확진자가 발생하면 보건소가 객실을 즉각 방역하고 보건소 매뉴얼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최근까지 국내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거나 의심증상 발생, 입국 등 이유로 자가격리 중인 이들은 약 1만4천명에 이른다.

4월 1일부터 모든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자가격리가 의무 적용되면 임시시설이나 자택 등에 격리되는 대상자는 하루 7천여명이 추가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