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단순 시청자도 음란물 소지죄' 검토하는 경찰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한 미성년자 성착취 사건인 이른바 ‘n번방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단순 시청자도 ‘음란물 소지’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텔레그램 기본 설정상 동영상 시청 과정에서 파일이 자동 다운로드되기 때문에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29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n번방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오간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단순히 시청한 행위도 아청법상 음란물 소지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보고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이 사건의 주범인 조주빈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한 경찰은 성착취물을 본 메신저 대화방 유료회원들(최대 26만 명 추산)을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성착취물의 제작·유포가 아닌 단순 시청 행위도 처벌할 수 있느냐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아청법 11조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소지자에 대한 처벌 규정(1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있지만 시청자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법무부는 음란물 시청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텔레그램 기능을 살펴보면 이번 사건에 아청법상 소지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대화방에 올라온 영상·사진 등 미디어 파일을 일정 용량 한도 내에서 자동 다운로드하는 기본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설정을 따로 바꾸지 않았다면 대화방에서 오간 파일은 자동으로 사용자의 단말기에 저장된다. 한 검사는 “카카오톡 역시 대화방에서 동영상을 시청하기 위해 클릭하면 휴대폰에 자동으로 저장되도록 설정돼 법적으로 ‘음란물 소지’에 해당된다는 판례가 있다”며 “동영상 클릭 여부가 소지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성범죄 전문 검사도 “n번방 유료회원들이 텔레그램 동영상을 휴대폰이 아니라 PC화면을 통해 봤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런 시청은 소지해야 가능한 것”이라며 “이들을 처벌하려면 경찰이 유료회원에 대한 PC, 노트북 등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배태웅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