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에도 안끼던 마스크 이젠 모두 착용…불안 심리 반영
미용실에도 마스크 껴야…등산할 때 벗으면 감시원이 제지
[특파원 시선] 코로나19가 바꿔놓은 베이징 시민들의 일상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은 전 세계에서 '지독한 스모그'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정작 뿌연 하늘에 익숙해진 베이징 시민 중에는 미세먼지로 목이 텁텁해져도 어느 정도 적응된 탓인지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러던 베이징 시민들에게 마스크는 이제 외출 또는 출근 시 필수품이 됐다.

우한(武漢)을 기점으로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난 1월 말부터 중국 본토를 뒤덮으면서 나타난 변화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아파트 문을 열고 나가면 경비원부터 제지한다.

그리고 지하철역이나 식당 그리고 쇼핑몰 등에도 들어갈 수 없다.

잠깐만 벗어도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각오해야 한다.

이미 중국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크게 줄면서 종식 수순을 밟고 있지만 코로나19 공포가 모든 시민의 마스크 착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3월 초부터 부분적으로 문을 연 미용실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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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화로 예약을 한 뒤 마스크를 쓴 채 이발을 해야 한다.

물론 미용사 또한 마스크를 쓴다.

직접 접촉을 피하기 위해 고객의 머리를 감겨주는 것도 삼가는 분위기다.

스타벅스 등 베이징 시내 커피숍도 커피를 마실 때만 마스크를 잠시 벗도록 하는 등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공포감이 크다.

베이징 거리마다 볼 수 있는 발 마사지 가게 또한 문을 닫아걸었다.

최근 일부 문을 열기는 하지만 이 또한 손님과 점원 모두 마스크를 하고 발열 체크를 해야만 한다.

중국 당국은 최근 들어 공원 등 외부에서는 마스크를 꼭 착용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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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베이징 시민들이 산책 또는 등산을 하는 향산이나 차오양공원 등에서 마스크를 벗으면 어디선가 갑자기 감시원들이 나타나 제지한다.

베이징 한인 최대 밀집지인 왕징(望京)의 한 교민은 "코로나19 사태가 많이 안정됐는데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시민을 보지 못했다"면서 "몇 달 간 시달린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심리적 안전판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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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 체크와 봉쇄적 관리 또한 지나칠 정도다.

중국의 아파트는 한국과 달리 아파트 단지 정문을 들어올 때 출입문을 여는 카드가 필요하고 각 동을 들어갈 때도 또다시 카드를 대야 문이 열리는 곳이 많다.

원래부터 폐쇄적인 시스템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각 아파트 단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며 아파트 단지 전체를 막고 별도 출입증을 발급해 출입증이 없으면 단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출입증이 있어도 발열 체크까지 통과해야 단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당연히 택배는 단지 내부로 들어가지 못해 단지 정문 앞에서 수백 개의 택배가 널려 있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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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할 때도 마찬가지다.

차를 몰고 갈 경우 사무실 건물 입구에서 발열여부와 출입증을 점검받고 차 트렁크를 열어줘야 한다.

후베이(湖北)성 등에 일부 사람들이 차량 트렁크에 숨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다 적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 내에서 직원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일하며 식사 또한 모여 먹지 않고 개별적으로 자기 자리로 가져다 먹거나 도시락 등을 배달해 먹고 있다.

식당 또한 발열 체크 후 자신의 이름과 주소, 휴대폰 번호 등을 별도로 적어야 입장이 가능하다.

2명 이상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도 없으며 마주 봐서도 안 되는 등 '사회적 거리 유지' 규제가 지나칠 정도다.

베이징 시민들은 같이 모여 마작을 하고 광장무를 추며 훠궈를 먹는 단체 식사를 좋아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마스크의 생활화, 집단 모임 회피 문화가 강제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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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베이징 시민들에겐 지독한 스모그보다 무서운 게 코로나19인 셈이다.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통제되면서 베이징 시민들의 외출이 점차 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2월 사실상 봉쇄에 가까운 혹독한 통제에 놀란 탓인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보호를 위한 심리적 강박증은 당분간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