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형화재로 생계 터전 옮긴 뒤 매출 급락
코로나19 덮치자 관리비조차 감당 못 해 50년 장사 접기도
'화마'에 울고 '병마'에 쓰러지는 서문시장 4지구 상인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상인들은 '설상가상'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26일 찾아간 4지구 상가 건물은 내부 리모델링과 가게 이전 공사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상인들은 2016년 큰불로 잿더미가 된 일터를 뒤로 한 채 시장에서 300여m 떨어진 이곳 대체 상가에 임시 입주해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해 11월 새벽에 발생한 대형 화마는 4지구 점포 679곳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생계 터전을 잃은 상인 572명 가운데 250여명은 이듬해 8월 비어있던 '베네시움' 건물 1∼4층에 들어왔다.

그러나 서문시장에서 뚝 떨어진 곳을 찾는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매출 부진에 장사를 포기하는 상인들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12월에는 4층을 폐쇄하고 1∼3층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해가 바뀌자마자 대구에 확산한 코로나19는 상인들에게 사망 선고나 다름없었다.

숙녀복을 파는 이모(69)씨는 "불났을 때 받은 대출금을 아직 하나도 못 갚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며 "대출 한도 때문에 더는 대출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장사가 너무 안돼 한 달 가까이 쉬었다"면서 "정부가 자금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누구한테 어떻게 하는 거냐"고 되물었다.

'화마'에 울고 '병마'에 쓰러지는 서문시장 4지구 상인들

시장 안을 둘러보니 2, 3층 일부 상인들이 1층으로 점포를 옮기느라 분주했다.

4층을 폐쇄한 지 3개월 만에 상인들이 더 떠나 빈 점포가 많이 생긴 탓이다.

30년째 이불 도매업을 하는 박모(57)씨는 "서문시장에서 떨어져 있어 매출이 반 토막 났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남은 반 토막마저 날아갔다"며 "1층으로 점포를 옮기긴 하지만 싼 가격에 물건을 내놔도 손님이 찾지 않으면 다 소용없다"고 말했다.

아예 장사를 접겠다고 채비하는 상인들도 많았다.

서문시장에서만 50년 가까이 포목점을 운영한 최모(69)씨는 "점포 수가 줄면서 점점 늘어나는 관리비를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며 "마음속으로 울면서 남은 원단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옆 4개 점포 상인들도 1층으로 옮기는 대신 장사를 접는 쪽을 택했다고 했다.

대체 상가로 들어온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곳에 남은 4지구 상인은 100여명 수준으로 줄었다.

오성호(53) 4지구 대체상가번영회 회장은 "코로나19로 4지구 상인들이 정말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며 "공사가 끝나면 다음 달 초부터 정상 영업을 하는 만큼 4지구를 찾는 발걸음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마'에 울고 '병마'에 쓰러지는 서문시장 4지구 상인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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