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사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을 포토라인에 세운 가운데 검찰은 조주빈을 포토라인에 세우지 않기로 했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바뀐 규정을 내세우며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수감 중이던 조주빈은 25일 오전 8시께 검찰에 송치되면서 언론 앞에 얼굴을 드러냈다. 목 보호대를 하고 나타난 조주빈은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감사한다"는 말을 남긴 채 호송 차량에 탑승했다.

경찰은 앞서 24일 오후 2시께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주빈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했다. 조주빈의 신상 공개는 지난 16일 검거 후 8일 만이다. 경찰은 △아동·청소년을 포함해 피해자가 무려 70여 명에 이르는 점 △국민의 알 권리 차원 △동종범죄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에서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반면 검찰은 24일 입장문을 내고 "현행 '형사사건의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실명 등 신상정보는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공개하게 돼 있다"면서도 "출석 등 수사 과정에 대한 촬영이나 중계는 허용되지 않음을 알린다"고 전했다.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검찰은 고위 고위공직자나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피의자가 검찰에 출석할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포토라인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형사사건의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바뀌면서 포토라인은 폐지됐다.

포토라인은 조 전 장관과 그의 가족을 둘러싼 사건에서 논란으로 떠오른 바 있다. 당시 여권은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소환을 앞두고 '망신 주기'라는 지적을 했다. 이후 대검찰청은 지난해 10월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참고인,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에 대한 공개 소환을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지난해 12월 1일부터 새 공보준칙(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 관계자에 대한 공개 소환을 금지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 전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 공인에 해당하는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어졌지만 검찰의 포토라인은 만들지 않았다.

경찰 역시 검찰이 내세운 규정을 의식하는 모양새다. 경찰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조주빈과 관련해 정식으로 포토라인을 조성한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이미 신상이 공개된 조주빈을 상대로 언론이 자연스럽게 얼굴을 포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글=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영상=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