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 전경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한국전기연구원 전경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최규하)이 자체 개발한 첨단 특허기술을 기업체로 이전해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KERI의 연구성과는 기술 개발에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기업체에 이전돼 상용화까지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동성제약에 이전한 ‘췌장암·담도암 표적 치료용 형광 복강경 및 광역학 기술’이다. 동성제약이 보유한 ‘광(光)민감제’ 약제는 특수파장의 빛에 반응해 형광신호와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 특질이 있는데 KERI는 이런 광민감제에 맞는 형광복강경과 치료용 레이저를 개발해 암 진단과 표적치료에 응용했다.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차세대 의료 기술로,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도 시행할 수 있는 기업 맞춤형 연구개발 성과다. 해당 기술은 지난해 최고의 연구성과에만 주는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과 ‘출연연 10대 우수 연구성과’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지난해 10월 대성금속과 ‘금속·그래핀 입자 및 복합잉크 제조기술’에 대한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이성우 대성 금속 상무 이사, 최규하 KERI 원장, 노윤구 대성금속 대표, 이건웅 한국 전기 연구원 본부장. KERI 제공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지난해 10월 대성금속과 ‘금속·그래핀 입자 및 복합잉크 제조기술’에 대한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이성우 대성 금속 상무 이사, 최규하 KERI 원장, 노윤구 대성금속 대표, 이건웅 한국 전기 연구원 본부장. KERI 제공
최근 관심을 받는 소재 분야에서는 KERI가 개발한 구리·그래핀 전도성 잉크가 국산화와 가격 경쟁력을 모두 잡은 사례로 꼽힌다. 전기·전자 부품에서 전선 역할을 하는 전도성 금속잉크는 그동안 일본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취약점으로 지목된 원천 소재다. 비싼 은을 주재료로 했던 일본산 금속잉크와 달리 그래핀을 구리에 합성해 가격은 낮추면서도 뛰어난 전도성을 갖춘 복합 잉크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금속 소재 및 잉크 제조 전문기업인 대성금속에 기술이전됐다. 평소 관련 기술이 필요했던 대성금속이 KERI의 성과 기사를 보고 먼저 연락해 성사된 기술이전 건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대성금속은 최근 월 10t 규모의 구리/그래핀 복합 입자 대량 생산설비 구축을 완료했고, 디스플레이 및 모바일 기기의 배선전극에 해당 기술을 우선적으로 적용해 조기 상용화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기술이전을 통해 국산화를 넘어 선진국 수출까지 이어진 성과도 있다. 고출력 전자기펄스(HPEMP) 및 낙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서지보호기(SPD)의 핵심인 ‘바리스터’ 제조기술이다. KERI는 2016년 11월 개발한 기술을 전자 부품 제조업체인 아이스펙에 이전했고, 이후에도 꾸준한 기술지원 및 대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제품의 우수성과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알렸다.

최규하 원장은 “연구원은 기술을 잘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기술이 산업에 이전돼 국가와 사회에 어느 정도의 경제적 파급력을 미칠지도 고민해야 한다”며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맞춤 기술로 기업에서 먼저 찾는 연구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