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검진 54%가 이동검진

공중보건의 385명 투입
매일 유증상자들 있는 집·병원
7~8곳 찾아다니며 검체 채취
대구 수성구보건소 앞에서 공중보건의들이 이동검진을 위해 방호복을 입고 준비하고 있다.   김형갑 공중보건의 제공

대구 수성구보건소 앞에서 공중보건의들이 이동검진을 위해 방호복을 입고 준비하고 있다. 김형갑 공중보건의 제공

신임 공중보건의 조승연 씨(28)는 지난 9일 대구 수성구보건소 근무 명령을 받고 현장에 투입됐다. 통상 공중보건의가 임용 전 받는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도 건너뛰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보건복지부가 올해 신규 공중보건의 742명을 조기 임용하고 현장에 바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조씨가 보건소에서 맡은 일은 ‘이동검진’이었다. 매일 유증상자들이 있는 집과 병원 7~8곳을 찾아다니며 검체를 채취했다. 그때마다 30분이나 걸려 D레벨 보호복으로 갈아입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하루 근무시간의 절반이 옷 갈아입는 데 걸렸다. 그가 2주간 한 검체 채취는 무려 800건이나 된다.

지난달 22일부터 이동검진

세계가 놀란 '코로나 대량진단'…원동력은 공중보건의 이동검진

로이터통신은 최근 타전한 ‘한국은 어떻게 코로나바이러스 진단검사에서 미국을 압도했나’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처의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검진 능력을 꼽았다. “미국, 중국은 특정 지역에 직접 다녀왔거나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만 보수적으로 검사한 반면 한국은 드라이브스루 등 지역사회 밀착 형식의 검진으로 신속히 환자를 찾아내 격리시켰다”는 것이다.

한국은 23일 0시 기준으로 33만8000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네 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국내 확진환자의 72%가 집중된 대구에서는 6만8000여 건의 진단검사가 이뤄졌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3만7000여 건이 조씨와 같은 공중보건의들이 유증상자나 의심환자의 집 또는 병원을 직접 방문해 검체를 채취한 이동검진이었다. 선별진료소 1만9000여 건보다 많고, 드라이브스루 1만1000여 건의 세 배나 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동검진이 신속하고 대량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대구에서 신천지 신도 1만여 명, 요양병원 등 사회복지시설 3만여 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이렇게 빨리 끝내고 확진자를 가려내는 게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며 “유증상자들의 집과 병원을 매일 쫓아다니며 분투한 공중보건의들이 코로나19의 전국 확산을 늦추거나 차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대구시에선 하루 검체 채취 건수가 지난달 22일 408건에 불과했으나, 지난 19일에는 6580건으로 16배나 늘었다.

공중보건의 상당수 근무 연장

이동검진은 지난달 20일께 대구시, 대구시의사회, 감염병관리지원단 합동회의 때 처음 논의됐다. 검사를 받기 어려운 의심환자를 진료소로 오라고 하지 말고 직접 찾아가 검체를 채취하자는 것이었다. 22일부터 바로 현장에 적용됐다. 보건소별로 직원 2명과 공중보건의 1명이 한 팀이 돼 움직였다. 대구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10팀이 하루에 280명의 검체를 채취하기도 했다. 대구에서 공중보건의는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도 배치됐지만 이동검진에만 385명이 투입됐다. 의무근무기간은 2주다. 그러나 상당수의 공중보건의가 근무를 연장해 뛰고 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은 “대구의 이동검진과 대량검진이 알려지면서 미국과 러시아 언론이나 해외 기관에서 구체적인 방식에 대한 문의를 매일 해오고 있다”며 “고위험군 전수조사를 빨리 끝내고 확산세를 꺾을 수 있었던 것은 공중보건의들의 이동검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동검진은 신분노출을 꺼리는 신천지 신도들의 양성 여부를 가려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공중보건의가 직접 집을 방문함으로써 전염병 전파를 막는 데도 효과가 컸다. 요양병원의 경우에도 한 번에 수십 명씩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전수조사를 7일 만에 끝냈다. 대구시는 정신병원 환자 조사와 생활치료센터 완치 환자 등에 대한 검체 채취에도 이동검진을 활용할 계획이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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