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상자 집 방문땐 보호복 입어도 긴장돼요"
“유증상자가 있는 가정이나 병원을 방문할 때는 바이러스가 실내에 펴져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보호복을 입어도 긴장됩니다. 고향의 부모님들도 처음엔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이제는 잘하고 돌아오라고 격려해주세요.”

공중보건의 김형갑 씨(30)는 “방문 검체 채취를 하는 이동검진은 감염의 위험도가 높지만,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대구에서는 드라이브스루 검사 이상으로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부산이 고향으로 인제대 의대를 졸업한 김씨는 2018년 4월 전남 광양시 옥룡보건지소에서 공중보건의 근무를 시작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자 지난달 25일 대구 수성구보건소로 자원해서 왔다.

공중보건의는 2주 근무 후 집으로 돌아가도 되지만 그는 근무기간을 두 번이나 연장해 5주째 일하고 있다. 김씨처럼 근무 연장을 자원하는 공중보건의들 덕분에 현장에서는 업무의 연속성이 보장되고 노하우와 경험이 전수되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중순 전국 1971명의 공중보건의 협의체인 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을 맡았다. 김씨는 “제가 자리를 뜨면 경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어진다는 생각에 계속 근무하고 있다”며 “새로 온 공보의들을 위한 교육 등 아직 제가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5주째 하루도 쉬지 않았다. 워낙 검체 채취 수요가 많아서다. 그는 수성구보건소에서 주로 환자나 유증상자를 방문해 검체 채취를 하는 이동검진을 맡았다. 그가 지금까지 한 방문 검사는 1000여 건에 달한다. 환자와 직접 부딪치는 일이라 감염 위험도 높다. D레벨의 보호복을 입고 유증상자나 환자를 상대해야 해 한 번 검체를 채취할 때마다 온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는다.

김씨는 “드라이브스루 검사가 언론의 조명을 받아 많이 알려졌지만 방문 검사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라며 “선제적인 고위험군 전수조사에서 이동검진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요양병원에는 선별진료소로 나오기 어려운 몸이 불편한 환자가 많아 이동검진이 효과적이다. 그는 “요양병원은 확진자도 있어 일반 가정에 비해 위험도가 높고 시간도 2~3배 이상 걸린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보건소 공무원 2명과 한 팀을 이뤄 하루에 평균 7~8곳을 방문한다. 격리된 의심환자의 집에 들어갈 때마다 보호복을 갈아입어야 하고 검체 채취에 쓴 폐기물도 수거해야 한다. 대상자가 잘 협조하면 20~30분에 끝나지만 노인이나 떼를 쓰는 아이의 경우에는 1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김씨는 “신종 감염병과의 전투로 의사 생활을 치열하게 시작한 세대가 된 만큼 더욱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의료진, 공중보건의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고생하는 만큼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빨리 이겼으면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