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홍 대한감염학회 회장 "언제든 3차 유행 찾아올 위험 상존"
"사회적 거리두기 안 되면 3차 유행…해외유입 증가세 잡아야"
코로나19 '3차유행' 막으려면…'해외유입·집단감염·변이' 주의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제 '3차 유행'(3rd Wave)을 차단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코로나19 사태는 1월 2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들어온 첫 환자를 시작으로 '1차 유행'이 벌어졌다.

이후 대구·경북에서 신천지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2차 유행'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중국이 아닌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유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어 3차 유행이 다가왔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출현했다는 보고가 나와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23일 감염병 전문가들은 해외 유입과 지역사회에서 벌어지는 집단감염, 코로나19 바이러스 돌연변이 등 세 가지가 국내에 3차 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진홍 대한감염학회 회장(가톨릭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KMS)에 기고한 글에서 "세 가지 위험요인이 맞물릴 경우 언제라도 3차 유행이 찾아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유럽·미국 등 해외유입 증가세…"입국자 검역에 집중"
코로나19 '3차유행' 막으려면…'해외유입·집단감염·변이' 주의
최근 국내 확진자 발생에 가장 뚜렷한 변화는 해외 유입 증가다.

초기와 달리 중국이 아닌 국가에서 들어온 입국자가 확진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과 미국 등에서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해외에서 유입된 확진자 수는 이달 첫째 주(1∼7일) 4명, 둘째 주(8∼14일) 18명, 셋째 주(15∼21일) 74명으로 3주간 18배 넘게 증가했다.

확진자가 입국 전 방문한 국가도 다양해지고 있다.

셋째 주에는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54명, 태국과 필리핀, 이란 등 중국 외 아시아에서 6명, 이집트 등 아프리카에서 2명, 미국과 캐나다, 콜롬비아 등 미주에서 12명이 입국했다.

정부 역시 해외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부터 모든 국가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전날 0시부터는 유럽발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고, 장기 체류자는 음성이 나와도 2주간 격리생활을 하게 하는 등 검역을 강화했다.

해외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검역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는 "해외 유입은 계속 늘어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간 격리 등 조치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외에) 위험이 높은 국가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서도 검역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최근에는 국내로 들어오는 입국자 자체가 줄어든 만큼 적극적인 방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3차유행' 막으려면…'해외유입·집단감염·변이' 주의
◇ 집단감염 '폭발적 증가' 위험…'사회적 거리두기' 강조
최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하루 10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에 수백명씩 확진자가 나오던 2차 유행 때보다 증가세는 확연하게 꺾였다.

하지만 서울 구로구 콜센터 150여명, 대구 한사랑요양병원 80여명, 경기 성남 은혜의강 교회 60여명 등 전국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환자들이 확진 전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며 '감염원'으로서 또 다른 집단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후 관계는 명확하지 않아도 코로나19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잇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은 경기 부천 생명수교회로 이어졌다.

이 콜센터 직원과 접촉한 교인이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고, 이 교회에서도 전날까지 2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서울 동대문구에서는 동안교회와 이 교회 교인이 드나들었던 세븐PC방으로 이어지는 집단연쇄감염이 벌어졌다.

PC방 이용자의 가족인 요양보호사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요양보호사가 근무한 서울 도봉구 산후조리원이 폐쇄되기도 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사회 감염은 끓는 물이 언제 끓는 점에 도달하는지를 보는 것과 같다"며 "지금은 소규모 집단감염이어도 언제 폭발적으로 증가할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집단감염의 파급력을 고려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며 지역사회에 숨어있는 감염원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전날부터 보름간 종교시설과 실내체육, 유흥시설에 대해 운영을 중단해달라고 권고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지역사회에서의 접촉을 끊어야만 유행의 진폭을 낮출 수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국내에서 3차 유행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바이러스 변이 나오면 중국발 입국 제한 재검토해야"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바이러스가 변이되면 전파력이나 치명률이 더 높아질 수 있고, 진단검사에서 잡아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를 잘 일으키는 RNA 바이러스에 속한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과학원이 발행하는 '국가과학평론' 3월호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S형과 L형으로 변이를 일으켰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중국 연구진은 우한에서 L형이 크게 퍼졌다면서 L형이 S형보다 전파력이 더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과학계와 방역당국은 중국에서 보고된 바이러스 변이가 유행 속도나 치명률에 영향을 주는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다만 감염자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새로운 유형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유 회장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JKMS 기고문에서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에 대한 보고가 나왔다"며 "만약 새로운 돌연변이로 인한 집단감염이 발생한다면 그 역시 중국에서 벌어질 확률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변이의 출현을 막을 순 없을 것"이라며 "바이러스 변이로 인한 유행이 시작되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제한 조치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