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 흔들리는 상속제도

美·英, 유류분 제도 자체가 없어

법조계 "불효로 남처럼 사는데
무조건 상속 나누는게 맞나"
고인(피상속인)의 뜻과 상관없이 상속인에게 유산의 일정 부분을 강제로 할당하는 유류분 제도에 대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가 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올 들어서만 벌써 두 건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2부(부장판사 이동연)는 유류분을 강제하는 민법 1112조 등이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규정한 헌법 23조에 위배된다며 지난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민사22부는 “농경사회에서는 자녀들이 15~16세에 성인 수준의 노동을 감당하면서 상속재산 형성을 도왔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배우자를 제외하고는 가족의 재산을 늘리는 데 기여하는 사례를 찾기 어려워졌다”며 “유류분 제도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부장판사(현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도 유류분 제도가 헌법 23조의 취지를 침해한다며 지난 1월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권 부장판사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어느 시기에,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처분하든 원칙적으로 자유”라며 “전근대적 가족제도가 해체됐을 뿐만 아니라 자녀 수마저 현저히 줄어 지금과 같은 제도로 자녀들 사이의 양성평등이 보호되는 측면은 아주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도 불효 및 불화 등으로 서로 얼굴도 보지 않는 가족에게 무조건 상속재산을 나눠주도록 하는 유류분 제도가 정당하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에는 한국과 같은 유류분 제도가 없어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가 보장된다. 미국은 피상속인이 적법하게 만들어진 유언만 남겨 놓는다면 결혼 전 모은 재산과 결혼 후 상속받은 재산, 그리고 결혼 후 모은 부부공동 재산의 2분의 1까지는 배우자 또는 자녀에게 남기지 않고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 심지어 반려동물에게도 상속이 가능하다. 영국과 미국 외 유류분 제도가 있는 나라들도 미성년자 또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상속인에게만 예외적으로 유류분을 인정해 일괄적으로 보장하는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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