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0년 만에 뒤 흔들린 상속제도…법원 "유언대용신탁은 유류분에서 제외"

사망시점 1년 이전에 금융회사에서 운용하는 유언대용신탁에 맡긴 신탁자산은 ‘유류분(遺留分)’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유류분은 고인(피상속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속인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뜻한다. 이번 판결로 피상속인의 유언에 따라 재산을 상속할 수 있는 길이 열린셈이어서 상속 관행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민사3부(부장판사 김수경)는 최근 고인의 첫째 며느리와 그 자녀들이 고인의 둘째 딸을 상대로 11억여원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며느리는 고인인 시어머니가 둘째 딸에게 자산을 물려주기위해 사망 3년전에 가입한 유언대용신탁 자산에 대해 유류분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민법에서는 유류분의 범위를 상속이 이뤄지는 시점에 고인이 갖고 있던 재산이나 생전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 또는 사망하기 1년이내에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으로 본다. 재판부는 “고인이 유언대용신탁으로 맡긴 재산의 소유권은 고인이 아닌 신탁을 받은 금융회사가 갖는다”며 “신탁계약 또한 3년여 전에 맺어져 유류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신탁재산은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가 이뤄지면 수탁자의 소유가 된다.

피고를 대리한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신탁제도로 유류분 적용을 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 제시한 판결”이라며 “이 법리가 정착되면 고인의 의지대로 유산을 처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원고는 1심에 승복하지 않고 항소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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