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검사 때까지 속수무책…"의료시스템 정비 시급"
"열나고 아픈데 어디 가야 하나"…일반환자 진료체계 미비

"딸 체온이 40도 가까이 올라가는데 의사는 진료보다 코로나19 감염 여부에 더 신경 쓰는 눈치였어요.

우리 같은 일반 환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경북 지역에 거주하는 A(42·여)씨는 최근 1주일 동안 고열에 시달리는 10대 딸의 치료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일반환자 진료의 어려움을 이같이 호소했다.

22일 의료계·환자 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구·경북지역 의료진이 코로나19 치료에 집중하면서 발열 일반환자가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기 힘들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의료혼란기에 발열 환자가 보건소와 상급병원의 선별진료소에서 검사 뒤 치료받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환자들은 선별진료소 방문 후 결과를 기다리면서 여전히 발열 증세를 보여도 약을 먹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 때문에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일반 환자를 수용할 의료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씨 딸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바깥출입을 삼가라는 당국의 지침에 따라 3주간 집에 머물렀으나 지난 14∼16일 39도 이상의 고열을 보였다.

모녀가 지역 보건소 코로나19 검사를 거쳐 한 대학부속 병원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은 결과 폐렴 증상이 있었으나 병원 측은 입원치료 대신 이틀분 약을 처방했다.

이후 열이 더 오른 상태에서 병원에 갔지만, 의사는 코로나19 감염 여부에 관심을 보이며 또다시 약을 처방할 따름이었다.

지난 18일 개인병원 2곳을 방문한 후 대학부속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17세 소년의 사례로 인해 청소년 부모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A씨는 "폐렴 증상을 보이다 숨진 17세 소년은 고열에도 불구하고 입원 치료 등 적절한 진료를 못 받아 숨지지 않았느냐"며 "코로나19 때문에 일부 의료진은 정신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열나고 아픈데 어디 가야 하나"…일반환자 진료체계 미비

지역 의료기관들이 폭증하는 코로나19 환자에 집중하느라 일반 환자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일에는 60대 남성 B씨가 복통을 호소하며 경북지역 한 병원을 찾았으나 코로나19 확진자 밀접 접촉자로 나타나 12시간이 지나서야 수술을 받았다.

2차례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의료진은 혹시나 하는 우려에 방호복을 착용한 채 B씨를 병원 안으로 데려가 복부와 가슴 CT를 찍었고 맹장염으로 확인했다.

수술 후 격리된 상태로 회복 중이던 B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본인이나 가족이 발열 등 증상을 보일 경우 가벼운 증상이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거쳐 음성 판정 시 응급실로 안내받을 수 있다"며 "중증 환자는 상급종합병원 선별진료실에서 검사받고 응급실 치료를 받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환자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짧으면 6시간 정도, 길면 하루 정도 열 등에 시달려야 한다.

집에서 약을 먹으며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대구시의사회 관계자는 "최근 대구 상황은 평시와 달리 워낙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해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며 "이럴 때 대비해 일반 환자를 돌볼 병원을 국가가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감염병이 세계적 대유행을 하다 보면 일반 환자가 적절한 진료를 못 받아서 악화·사망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이런 상황에 대비한 의료시스템 구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도 지난 20일 "의료체계를 신속하게 정비해 코로나19 의심환자와 일반적인 응급환자, 중증환자도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혀 일반환자 진료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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