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남매와 가족봉사단 꾸려 5년째 요양원 찾는 김정권씨
아동복지기관서 20년 활동한 장모 영향받아 봉사 실천
[#나눔동행] 노래하는 부부와 춤추는 육남매…행복한 가족봉사단
"봉사를 하다 보면 내가 가진 작은 것을 나눠주는 게 아니라 내가 미처 몰랐던 큰 선물을 받았다고 느낍니다.

"
김정권(56)씨는 아내, 육남매와 함께 가족봉사단을 꾸려 5년째 인천 한 요양원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장기간 요양원 생활을 하다가 세상을 뜬 김씨의 장모를 추억하고자 시작한 일이 어느덧 가족의 월례 행사가 됐다.

매달 초 요양원 봉사 날에는 이른 아침부터 온 가족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일정표를 보며 마지막으로 행사 순서와 동선을 점검하고 악기와 각종 게임 도구를 서둘러 챙기면 모든 준비는 끝난다.

요양원 한쪽에는 작은 무대가 만들어지고 40여명의 어르신이 하나둘 자리에 앉는다.

김씨의 덕담을 시작으로 다섯째의 멜로디언과 막내의 오카리나 합주가 이어진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흥겨운 트로트가 흘러나올 때면 나이를 잊은 어르신들 사이에선 한바탕 춤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김씨는 22일 "어르신들에게 건네는 '사랑한다, 보고 싶었다'는 말이 이제는 자연스러워졌다"며 웃었다.

[#나눔동행] 노래하는 부부와 춤추는 육남매…행복한 가족봉사단
처음부터 가족봉사단 활동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요양원으로 가족을 보러 가는 것과 봉사를 하러 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무기력한 어르신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치매 노인의 눈높이에 맞춰 말벗이 되어주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김씨는 "처음 봉사를 하러 갔을 때 어르신 중에는 소리를 지르고 돌발행동을 하는 분들도 있었다"며 "솔직히 가족들을 데리고 봉사를 이어갈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녀들이 위축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 못 가 봉사를 그만두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봉사를 마치고 돌아가려던 김씨 가족을 한 할머니가 붙잡았다.

할머니는 김씨의 자녀들을 부른 뒤 바지춤을 여미더니 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이미 뜯은 상태의 건빵 봉지를 꺼냈다.

김씨는 "할머니께선 손자 대하는 마음으로 과자를 주려고 했지만, 정체 모를 건빵을 보며 내심 불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순간 아이들은 해맑게 웃으며 건빵을 받아먹었고 김씨는 섣불리 생각한 자신을 반성했다.

김씨는 요양원과 가족 사이에 있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진 순간으로 당시를 기억했다.

[#나눔동행] 노래하는 부부와 춤추는 육남매…행복한 가족봉사단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겠지만, 김씨에게 육남매는 더욱 특별한 존재다.

그는 흔히 '배 아파 낳은 세 아이와 가슴으로 낳은 세 아이, 사랑으로 낳은 육남매'로 가족들을 소개한다.

김씨 부부는 넷째와 다섯째, 막내를 2004년과 2005년에 걸쳐 차례로 입양했다.

이러한 결정에는 김씨 장모의 영향이 컸다.

김씨는 "결혼하기 전 아내의 집을 찾았을 때 거실에 갓난아이 3명이 있었다"며 "당시 장모님이 설명하시길 미국과 유럽으로 입양될 아이들이라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과거에는 입양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기관의 수용시설이 부족해 자원봉사자가 아이들을 임시로 맡아주는 경우도 많았다.

그의 장모도 홀트아동복지회에서 20년 넘게 활동하며 입양아동을 보호하는 데 힘썼다.

김씨는 "장모님이란 존재를 넘어 제 인생의 롤 모델이었다"면서 "어떻게 보면 저와 자녀들을 이어주고 요양원과 우리 가족을 이어준 분이 장모님"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나눔동행] 노래하는 부부와 춤추는 육남매…행복한 가족봉사단
김씨는 평소 따뜻한 언행 덕에 요양원 어르신들에게 '목사님'으로 통한다.

그는 "제가 목사인 줄 아시고 기도를 해달라는 분도 많았다"며 "정말 이분들을 축복해주고 싶어 뒤늦게 신학대학에 들어갔고 50대 신참 목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현재 인천 서구에서 기독교 서점과 함께 작은 개척 교회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자녀들의 결혼과 취업이 맞물리며 가족 완성체로 봉사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당분간 요양원 방문도 어렵게 됐다.

그러나 김씨는 "가족들 모두 요양원에 언제든 찾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돼서 다시 어르신들과 가족처럼 어울리던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기대했다.

이어 "언젠가 푸드트럭을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께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게 작은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