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사이버강의 확산에 오프라인 모임 대신 화상대화 방식 시도
회식·술자리도 화상대화로…코로나19가 낳은 '비접촉 사회'
"얼마 전 재택근무 중인 회사 팀원들과 각자 맥주와 먹을 것을 준비해서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사이버 회식'을 했어요.

각자 캔맥주를 하나씩 들고 화면에 '짠' 하고 건배도 했죠."(30대 직장인 임모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직장 회식이나 지인들과 술자리를 온라인 화상대화로 대체했다는 색다른 경험담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일상생활 속 대면 접촉을 줄여나가면서 회식과 술자리 등 대표적인 오프라인 모임도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 17일 트위터에는 'IT 회사의 기묘한 화상회식'이라는 게시물과 함께 치킨과 콜라, 노트북 사진이 올라와 이용자들 사이에서 7천번 이상 리트윗(공유)됐다.

이 글을 올린 회사원 황모씨는 "3주째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서로 얼굴도 볼 겸 화상 회식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와 20명가량이 참여했다"고 22일 말했다.

황씨는 각자 원하는 메뉴를 자유롭게 시킬 수 있고, 집에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는 점을 화상 회식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추가 주문을 못 하니 회식이 금방 끝난다는 것도 좋다"고 했다.

재택근무 중 직장 회식뿐 아니라 친한 지인들과 모임까지 화상 대화로 대체한 경우도 있었다.

대학생 이모(25)씨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최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친구들과 술자리를 했다.

그는 "호기심에 화상 술자리를 시도해봤다"며 "처음에는 어색할까 봐 걱정도 됐는데, 생각보다 기능이 다양해 재밌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28)씨도 "주말마다 집에 있기 아쉬워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친구들과 '화상 저녁' 모임을 하기로 했다"며 "물론 직접 만나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예전에 한 번도 안 해본 색다른 경험이라 토요일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대학들이 당분간 수업을 사이버 강의로 대체함에 따라 노트북PC 앞에서 개강을 맞은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화상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생 정모(23)씨는 "학교 친구들이 멀리 살아 '온라인 개강파티'를 열기로 했다"며 "왁자지껄한 3월 대학가 분위기는 못 느끼지만 편하게 입고 참여해도 되고, 돈도 덜 들어 나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며칠 전 지인의 '화상 생일파티'를 열어 줬다는 대학원생 김모(26)씨는 "화상채팅 프로그램으로 강의를 듣다 보니 '이걸로 생일 파티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며 "생일인 친구에게 케이크 기프티콘을 보내 주고, 다 같이 화상으로 만나 친구는 촛불을 끄고 나머지는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불러줬다"고 했다.

연인들은 각자 집에서 '화상 데이트'로 상대방을 만나기도 한다.

회사원 김모(25)씨는 최근 감기 기운 때문에 남자친구를 못 만났다.

김씨는 "재택근무하다 보니 답답해 3일 정도 화상 데이트를 했다"며 "각자 카메라를 켜놓고 밥도 만들어 먹고 일상을 함께하니 만나지 않아도 함께하는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