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임상위원회 "이부프로펜 사용금지 권고 근거 없다" 결론
"해열제는 담당 주치의와 상의해서 쓰면 돼"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증세를 겪는 환자들에게 해열진통소염제 '이부프로펜'(ibuprofen)을 쓰지 말라는 권고를 내놨다가 이틀 만에 이 권고를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WHO는 19일(현지시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게재한 이부프로펜 관련 공식 문답에서 "이부프로펜이 코로나19 환자의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시한 뒤 "현재 이용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WHO는 이부프로펜 사용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경우를 넘어서는 (이부프로펜의) 부정적인 영향 보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부프로펜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부루펜'과 '애드빌', '이지엔' 같은 해열진통소염제의 성분이다.

WHO의 이런 입장은 지난 17일 코로나19 의심증세를 겪는 환자들에게 이부프로펜 대신 타이레놀 성분을 처방하라고 권고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당시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WHO 대변인은 이부프로펜이 특정 상황에서 부작용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의심될 경우 이부프로펜 대신 타이레놀을 처방하라고 당부했다.

WHO의 이런 결론에는 스위스 바젤대학병원과 그리스 테살로니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 공동 연구팀이 이부프로펜의 항염작용이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우리 몸의 방어작용인 염증반응을 약화시켜 오히려 병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의학저널 '랜싯'(The Lancet)에 발표한 게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폐, 장, 신장, 혈관 상피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안지오텐신변환효소2(ACE2)를 통해 표적세포에 결합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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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랜싯에 발표된 논문이 의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논란이 일자 연구에 참여한 바젤대학병원 연구팀조차 별도의 성명서에서 "이부프로펜을 복용하는 것이 코로나19의 진행을 악화시키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의 확실한 증거는 없다"면서 "이번 가설을 조사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 코로나19 중앙임상위원회도 이부프로펜 사용 중지를 권고할만한 근거가 없다는 방침을 정했다.

방지환 서울의대 감염내과 교수(중앙감염병병원 센터장)는 "WHO 권고가 나온 후 19일에 회의를 열어 논의했지만 (이부프로펜의) 사용 중지 또는 금지를 권고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면서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해열제는 담당 주치의와 상의해서 쓰면 된다"고 말했다.

김석찬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부프로펜이 코로나19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가설을 근거로 WHO가 사용을 추천하지 않았다가 의학적 근거가 없음을 지적받자 권고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WHO의 이런 권고 여부와 무관하게 실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는 타이레놀이 1차적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