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제천 참사 현장 누빈 소방관 출신 간부후보생 대통령상
부모·형제 뒤 이어 소방관의 길로…간부후보생 30명 졸업
소방청은 20일 충남 공주시 중앙소방학교 대강당에서 제25기 소방간부후보생 졸업·임용식을 연다고 19일 밝혔다.

소방간부후보생은 초급 소방간부를 양성하는 과정으로, 1년간 교육을 마치면 소방위(6∼7급 상당)로 임용돼 일선 소방관서에 배치된다.

이번 25기 졸업식에서는 전·현직 소방관을 부모나 형제로 둔 후보생 6명이 소방위로 임용된다.

심정호(27) 소방위는 경북소방본부 119특수구조단장인 심학수 소방정과 포항북부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정순옥 소방경의 아들이다.

어릴 때부터 소방관인 부모님이 자랑스러웠다는 그는 간부후보생으로 소방관이 되면 더 폭넓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가업'을 잇게 됐다.

부모와 같은 경북소방본부로 배치되는 심 소방위는 "아들이 간부후보생이라고 부모님이 주변에 자랑을 많이 하신다"며 "대학 때 반도체·컴퓨터 관련 공부를 했는데 현장 경험을 쌓은 뒤 소방관 훈련시스템 등 기술적인 부분을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동훈(27) 소방위는 충남 강진소방서에서 소방정으로 퇴직한 부친 강흥식씨의 뒤를 이어 소방관이 됐다.

강 소방위는 "암으로 투병 중이신 아버지께 본인의 길을 아들이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의무소방원으로 군 생활을 할 때 소방관들이 초과수당을 못 받는 등 열악한 처우 속에 일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런 환경을 바꾸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고대훈(31) 소방위는 아버지와 동생까지 삼부자 모두 소방관이다.

소방정으로 퇴직한 고건호씨가 부친이고 동생 고대영 소방위는 지난해 간부후보생 과정을 졸업해 경기 시흥소방서에서 일하고 있다.

이밖에 이혜성(26) 소방위는 강원 양양소방서 구조대원인 이수택 소방위의 아들이고 신현섭(26)·남궁민(30) 소방위는 현직 소방관인 형을 두고 있다.

독특한 이력을 가진 졸업생들도 눈에 띈다.

최우수 성적으로 대통령상을 받는 정호성(33) 소방위는 해군 해난구조대(SSU)에서 복무한 뒤 2010년부터 충북소방본부 소속 소방관으로 일했다.

충북소방항공대 항공구조대원으로 근무하며 세월호 침몰 사고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 대형 참사 현장을 누볐다.

정 소방위는 "고교생 시절부터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

남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소방관이 가장 적합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다"며 "모든 소방관이 자부심을 갖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국민 안전으로 귀결된다는 생각이 들어 간부후보생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일을 하다 소방관의 꿈을 이룬 이도 있다.

김현균 소방위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3년간 입시 컨설턴트로 일했고 안치훈 소방위는 앱 개발회사, 조현배 소방위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소방관의 길로 들어섰다.

부모·형제 뒤 이어 소방관의 길로…간부후보생 30명 졸업
이번 간부후보생 가운데에는 여성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30명 중 4명이 여성인데 이 중 3명이 상위 5명 안에 들어 상을 받게 됐다.

2등으로 국무총리상을 받는 최이은(36) 소방위는 안경사로 안경원·안과에서 일하다 뒤늦게 소방관에 도전했다.

최 소방위는 "어릴 때부터 사람을 구하러 가는 소방차를 보고 동경해왔다"면서 "현장에 투입되는 여자 소방관이 아직은 많지 않은데 최대한 많이 현장 업무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장관상을 받는 윤수민(27) 소방위도 비슷한 이유로 가장 바쁘다는 경기소방본부를 지망했다.

윤 소방위는 "제복을 입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화성소방서가 화재 출동이 가장 많다고 들었다.

현장에서 충실히 일하며 배워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번 소방간부후보생 졸업·임용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 가족 초청 없이 규모를 축소해 진행한다.

행사에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정문호 소방청장과 교직원 등 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