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세워두고 '개점 휴업'…기사 마다 "매출 반 토막" 호소
"하루에 고작 10명 태워요" 코로나19로 시름 깊은 택시기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대구에서 택시기사들의 시름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입구에 차를 댄 택시기사 김모(50)씨는 "30분째 개점 휴업 중"이라고 했다.

시민이 외출을 자제할뿐더러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택시나 버스는 꺼리기 때문이다.

아직 손님을 받지 못한 택시 기사들은 차에서 내려 이야기를 나누거나 운동 삼아 주변을 빙빙 돌았다.

택시를 타려는 손님을 놓치지 않기 위해 거리를 걷는 시민과 눈을 마주치려고 애쓰기도 했다.

김씨는 하루에 많으면 20명, 보통 10명 정도의 손님을 태운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¼ 정도로 매출이 줄었다.

'대구의 밤' 열기는 이미 식은 지 오래라 손님을 기다리다 지쳐 요즘은 오후 7∼8시가 되면 귀가한다.

사납금제가 폐지되고 전액관리제(월급제)가 도입된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200만원이 넘던 급여는 반 토막 났다는 게 김씨 설명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 89개 법인 소속 택시 6천16대 중 약 80%가 운행을 멈췄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현실에 택시 기사들이 각자 다른 길로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대구택시운송사업조합이 택시 회사 사주들과 협상을 해 2∼3월 택시기사 임금을 보전해주기로 했으나 이를 두고도 내홍이 벌어졌다.

협상 내용은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하루 10시간씩 한 달에 25일 성실하게 일했지만, 수익을 내지 못한 경우 기사의 운송수익금과 관계없이 2월 임금을 161만원으로 보전해주자는 게 골자다.

3월에는 임금보전액을 120만원으로 낮추는 대신 하루 근로 시간을 줄이는 등 기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이 협상에는 89개 업체 중 57개 업체가 참여했다.

하지만 57개 업체 중 2월 임금 보전에 동참하고서 3월 임금 보전에는 반대하는 업체도 있어 그사이에 낀 택시기사만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를테면 차량 운행 대수 10대가 조금 넘는 업체는 2, 3월 협상 내용에 이의가 없지만, 운행 대수가 그보다 곱절 이상으로 많은 업체는 부담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택시기사 박모(43)씨는 "2월에 이어 3월에도 임금을 보전해준다고 했는데 이달 10일에 들어온 월급은 처참한 수준이었다"며 "이미 업계를 떠날 분들은 다 떠나고 의욕이 있는 택시기사들이 그나마 운전대를 잡고 있는데 왜 택시업체가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구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협상에 참여한 일부 업체가 '회사도 힘든데 어떻게 그 임금을 다 보전해 주느냐'며 뒤늦게 약속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며 "회사에 협의 내용을 강제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참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